LCD 앞길 순탄치 않다

 액정표시장치(LCD)로 대표돼 온 평면표시장치시장에 판도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LCD는 스스로 발광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광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CRT에 비해 시야각이 좁고 소비전력이 크고 대형화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CD가 평면표시장치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대체할 만한 표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형화하기 쉽고 화면의 선명도도 브라운관(CRT) 수준에 달하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비롯해 응답속도가 빠른 전계발광소자(EL),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계방출소자(FED) 등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자발광형 표시장치가 실용화단계에 성큼 다가서며 LCD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멀티미디어시대를 배경으로 평면표시장치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표시장치의 대두는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장규모상으로 LCD는 내년에 2조엔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나머지 표시장치 중 실생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PDP는 내년에 5000억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볼 때 평면표시장치시장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LCD가 표시장치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부터였고 기술발전도 그만큼 괄목할 만하다. 두께가 얇고 소비전력이 적은 점 외에 휘도면에서도 일반적인 PC의 표시장치로 사용하는 데 충분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CD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컬러 LCD는 PC의 표시장치뿐만 아니라 TV 등의 영상표시장치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으나 앞으로도 광시야각화와 고해상도화·대색화·멀티스캔기능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백라이트 자체를 적·녹·청 3색으로 발광하게 함으로써 컬러필터를 없애 반응속도를 높이고 생산원가를 낮추려는 연구 등 각종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LCD는 앞으로도 평면표시장치의 주역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같은 LCD의 위세에 PDP, EL, 발광다이오드(LED), FED 등이 엄청나게 빠른 기술발전 속도로 도전장을 내놓고 있어 LCD가 계속해서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이중 PDP는 이미 실용화가 시작돼 본격적인 시장형성기에 접어들고 있다. PDP는 화면을 대형화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얇고 가벼우며 시야각이 넓어 평면표시장치시장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후지쯔·NEC·파이어니어 등 일본업체들이 지난해 미국·영국의 디지털방송 개시와 함께 40인치급 이상의 풀컬러 PDP를 탑재한 TV를 시장에 선보인 상태다.

 일본전자기계공업회에 따르면 PDP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3000억엔에서 내년에는 5000억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EL은 빠른 반응속도와 뛰어난 내충격성 및 내구성·광시야각 외에 온도변화의 영향이 적은 특성을 갖고 있어 PC·워드프로세서·워크스테이션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휘도화 및 고콘트래스트화·컬러화 기술을 개선하는 한편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소자의 수명연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 최근에는 수명을 종전의 100시간 정도에서 3만∼5만시간까지 늘린 제품이 개발돼 그 응용범위가 폭넓어지고 있다. EL시장은 2000년에 유기EL과 무기EL을 합해 약 200억엔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FED의 경우도 아직은 휘도나 신뢰성면에서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반응속도가 빠른 데다 저소비전력화도 기대할 수 있어 연구개발이 좀더 진전되면 차세대 평면표시장치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쨌든 평면표시장치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특징은 얇고 가볍다는 점이다. 때문에 휴대형컴퓨터나 이동통신기기 등의 보급이 가속화하고 있는 현재 평면표시장치는 가장 효과적인 표시장치로 꼽을 수 있다.

 평면표시장치시장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LCD를 중심으로 확대되겠지만 응용분야가 고성능화할수록 표시장치에 요구되는 기능 수준도 높아질 전망이다.

 LCD분야는 역시 반응속도의 고속화와 광시야각화·저소비전력화 등이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고 PDP·EL·FED 등의 신흥 세력분야도 응용범위를 넓혀나가기 위해서는 기능과 성능면에서 LCD를 능가할 정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전개될 평면표시장치시장의 판도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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