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C)가 「국경없는 지구촌」으로 확산되면서 정보보호분야도 글로벌 경쟁체제로 돌입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업계도 이제는 내수시장에서 「한건」 올리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EC를 매개로 한 해외업체들의 기술흐름에 관심을 갖고 자생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의식전환=「안방을 외국에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논리가 더 이상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적·제도적 지원도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전문가들이 꼽는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디어의 빈곤과 개발제품의 취약한 경쟁력이다. 몇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국산 보안제품 상당수는 이미 시장이 성숙한 침입차단시스템(일명 방화벽)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의 전산망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구현방식도 각양각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가 풍부한 아이디어를 장기 비전 아래 제품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장에 안주한다는 것이다.
개발제품의 경쟁력도 문제가 된다. 아무리 단순해보이는 아이템일지라도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면 영원한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방화벽제품 하나로 전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체크포인트사가 좋은 사례다.
◇해외업체들의 행보=본지와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정보보호업체 39개사를 대상으로 「해외업체들의 진입」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매우 시사적이다. 전체 응답업체 가운데 75%인 28개 업체가 앞으로 3년내에 국내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이 경우 37개(95%)업체는 국내업체의 상당수(60% 이상)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문을 분석한 정보통신진흥협회 박석규 부장은 『업계 스스로도 국내의 관행적 보호장벽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내에 산업기반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업계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가시화한 해외업체들의 행보는 최근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는 IBM·HP와 같은 시스템업체, GTE·AT&T·MCI월드콤 등 대형 통신사업자, 루슨트테크놀로지스·시스코시스템스·스리콤 등 네트워크업체, 마이크로소프트·선마이크로시스템스·넷스케이프 등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시큐리티다이내믹스·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체크포인트·트렌드·서티콤 등 보안 전문업체들은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시스템에 보안요소를 접목하는 방향으로 향후 전략을 잡아나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보안시장의 주도권을 보안 전문업체보다는 대형 IT업체가 쥐게 될 것이며 솔루션도 기존 패키지형에서 점차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기본 「플랫폼」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벤처기업은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의 용역업체에 불과하다』면서 『국내에서도 해외업체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기업·벤처기업간 동반자적 협력관계 구축과 경쟁력있는 제품·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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