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담대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고 유령을 믿지도 않았다. 그런데 복도에서 여자 웃음소리를 들었을때 등골이 오싹했는데 그때처럼 공포를 느낀 일은 일찍이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에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시골에 잠시 있으면서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이웃마을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어쩌다가 빨리 돌아오지 못하고 저녁을 먹고 밤에 돌아왔는데 공교롭게도 공동묘지가 있는 고갯길을 넘게 되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었으나 나는 앞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걸었다. 그리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그때 부른 노래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긴장을 했지만 그렇게 오싹하는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 복도에서 일어난 괴성을 듣자 공포에 질려버린 것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공포가 지나간 다음 그것이 환청이 아니라면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웃음소리는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것이었지만 그 다음 순간 멈추더니 조용해졌다.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자 다시 소름이 끼쳤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나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연구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이 오지 않아서 컴퓨터 앞에 앉았으나 그 소리의 출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때문에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그날 밤에 잠을 자다가 나는 복도에서 유령을 만났다.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복도 한가운데를 떠돌면서 나를 힐끗거리고 쳐다봤다. 그리고 두손을 쳐들면서 구해 달라는 시늉을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몹시 기분이 나빴다. 회사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복도에서 여자의 웃음소리를 들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지만 회사에서 계속 기거해야 될 입장에서 그들의 동정을 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 자정이 넘어 옥상에 올라가는 일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 유령의 환영은 잊혀졌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계단을 올랐다. 그러면서 나는 한편 그 여자 웃음소리를 다시 만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달 전에 들었던 그 웃음소리를 또 들었던 것이다. 그때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웃음이었다. 흐느끼는듯하면서 간지럼을 타듯이 간헐적으로 울렸다. 나는 다시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하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을 하고 그 웃음소리가 울리는 복도로 들어갔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자율주행 경쟁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실증'이다
-
2
[전문가기고] 플랫폼 특별법의 위험한 질주
-
3
대한민국 영어 입시제도, 5대 문제점…불수능에 수험생-학부모 혼란
-
4
[기고] 농업의 다음 단계, AI·로봇에서 답을 찾다
-
5
[조현래의 콘텐츠 脈] 〈1〉콘텐츠산업과 패러다임 시프트
-
6
[김경환 변호사의 IT법] 〈1〉인공지능 기본법 시행 임박,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
7
한화로보틱스, 신임 대표에 우창표 한화비전 미래혁신TF장
-
8
[전문가기고] 2026년 AI 예산, '건물' 짓지 말고 '무기'를 나눠줘라
-
9
[ET톡]바이오 컨트롤타워 세우기
-
10
[이영의 넥스트 거버넌스] 〈10〉기술패권 시대, '넥스트 거버넌스'로 리셋하라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