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군수용 디스플레이 기술동향

주병권

◇86년 서울시립대 전자공학과 졸업

◇88년 서울시립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석사

◇88~95년 KIST 정보전자연구부 연구원

◇95년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 공학박사

◇9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미세전자연구소 객원연구원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보재료.소자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전쟁에서 「정보」는 곧 「전투력」과 직결된다. 정보가 보다 많은 전투인력에게 신속히 제공될 때 전투력은 배가될 수 있다.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거리·시간에 관계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제공 매체는 위성·항공·레이더·정찰기·레이저 탐색기·자동 목표물 인식장치 등 다양하다. 이것으로부터 얻어진 정보는 전자시스템을 통해 저장·처리돼 개별 전투인력이나 군수장비에 제공되며 정보의 표시 수단으로는 내구성이 강한 고성능 디스플레이가 요구되고 있다.

 예컨대 군수용 목표인식시스템은 정보(목표물)가 주변환경,센서,디스플레이를 거쳐 관찰자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거친 환경에서 유동성 있는 목표물을 신속·정확하게 표시하기 위해서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 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며 내구성이 강하고 응답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분해능력이 우수한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한때 TV로만 인식됐던 디스플레이는 최근 소형 비디오 촬영기나 차량용 항법장치로부터 노트북컴퓨터, 대형TV나 옥외광고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음극선관(CRT : Cathode Ray Tube)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평판디스플레이(FPD : Flat Panel Display) 등 가볍고 부피가 작은 디스플레이가 CRT 부분을 대체할 전망이다.

 CRT 고유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FPD는 액정표시장치(LCD : Liquid Crystal Display)를 비롯,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 Plasma Display Panel), 전계발광 디스플레이(ELD : Electroluminescent Display),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 : Field Emission Display), 진공형광 디스플레이(VFD : Vacuum Fluorescent Display), 발광다이오드(LED : Light Emitting Diode)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LCD는 가전·정보·교통·오락·계측 등 중·소형 표시기 분야에서 CRT와 병용되고 있고 대형화가 장점인 PDP는 벽걸이TV·대화면 표시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ELD는 의료·군수·산업기기 등과 같이 가격보다 강한 내구성과 신속함이 요구되는 분야에 사용중이며 FED는 휘도·시야각·응답 속도·동작온도 범위 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차량 항법장치·휴대형TV·IMT 2000 등 소형 제품뿐 아니라 모니터·TV 등 중대형 제품에 이르기까지 응용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VFD도 가전·사무기기 등의 문자표시용으로, LED는 램프를 수백개에서 수십만개까지 나열하는 대화면 옥외 정보안내판이나 신호기 등에 응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정된 환경이 아닌 전쟁터와 같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효용을 발휘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군수용 디스플레이는 개별 전투인력에게 제공되는 개인용 표시기와 전차·항공·전함 등의 군수기기에 탑재되는 기기용 표시기로 구분된다. 개인용 표시기로는 HMD(Head Mount Display)가 대표적이다. 이는 전장에서 전투인력용 이외에도 가상조종실·비행 시뮬레이터·모의 전투·3차원 항공제어·모의 작전수행·수술 등과 같은 가상 현실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HMD에는 현재까지 CRT가 사용됐으나 응용 및 확대에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CRT의 한계점은 특히 중량, 부피 그리고 전력소모 측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HMD용 1인치급 CRT의 중량은 동일 규격 LCD에 비해 20배 이상이 되며 동작 전압 측면에서도 CRT의 경우 7천∼3만5천V에 이르나 FPD는 20∼2백V의 전압으로도 동작이 가능하다.

 또 CRT의 경우 자계를 발생시켜 특히 군용 장비의 핵심소자인 위치추적용 자기센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열로 인해 인체 부착이 바람직하지 않고 중량 및 공간점유율도 크다.

 특히 인체를 대상으로 할 경우 인체에 바로 부착되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은 고전압이 인가된다는 점 등 기술적 한계로 인해 금후 HMD용 2인치급 이하의 표시기 부문은 LCD와 ELD를 비롯한 FPD표시기가 채택될 전망이다.

 FPD를 이용한 21세기 군수용 HMD 부문의 연구 개발은 주로 미국 국방부에서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미국방부의 FPD를 이용한 군수용 HMD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연구 개발범위는 매우 넓다. 개발할 제품군은 응용되는 군용부품이나 기기에 따라 항공기용·전투차량용·의료용·보병용·유지보수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복합 응용이나 기초 연구 개발에 관한 연구도 일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 군수시스템과 호환성 있는 집적화된 HMD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가 관리하는 이 프로그램은 FPD 분야에서도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능동형 ELD(AMEL : Active-Matrix ELD)와 능동형 LCD(AMLCD : Active-Matrix LCD)를 HMD용으로 채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항공기용 HMD의 경우 조종실 내부나 조종사의 헬멧 등에 최소의 공간점유율과 중량이 요구되는 만큼 FPD가 가장 필요한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1천2백80×1천24개의 픽셀을 갖는 AMEL을 이용한 초소형 평판 HMD(MFP HMD : Miniature Flat Panel HMD)로 조종사용 헬멧에 부착된다. 전투용 차량과 관련된 CVC(Combat Vehicle Crew) HMD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헤드아웃(head-out) HMD는 전투요원이 종래 M1A2 전차의 내부에서 별도의 표시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정보를 보다 신속·정확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 진단이나 수술 등에 내시경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내시경에 의해 얻어진 영상을 나타내기 위한 군수용 HMD표시기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있다. 하니웰사의 AFP(Advanced Flat Panel) HMD 프로그램에서는 보다 양질의 영상을 의료진에게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AMEL 및 AMLCD를 HMD에 부착하고 있다. 이러한 HMD는 의료요원에게 기존의 21인치급 CRT에 버금가는 양질의 컬러 영상을 제공하고 사용에 편안함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눈과 손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하며 아울러 각종 의료장비 등과 호환성이 있다.

 개별 전투인력, 즉 보병으로 하여금 전장에서 활동영역을 넓혀주기 위한 통합시스템 중 하나가 IHAS(Integrated Helmet Assembly Subsystem)다. 여기에는 방탄기구, 통신수단, 야간투시용 센서, 컴퓨터 및 센서 데이터와 영상 수집기능이 일체화돼 있다. 휴디펜스시스템(Hughes Defense System)과 하니웰사가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에는 6백40×4백80 픽셀의 소형 FPD가 부착되어 있다. 이외에도 맥도널 더글러스(McDonnel Douglas)사가 군용기기의 유지 및 보수를 위해 개발한 것으로 컴퓨터·계측기기·전자 매뉴얼 등의 전자시스템이 집적된 경량의 개인용 의복이 있는데 이 시스템의 입력과 출력은 부착형 음성송수신기와 HMD를 이용해 이뤄진다.

 한편, 마이크로디스플레이(MicroDisplay)사는 휴대형 표시기를 위한 1인치급 이하의 초소형·고분해능 표시기를 개발했으며 표시기와 관련된 종속시스템 개발과 분해능력 향상, 마이크로 전자·광학 분야의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러한 초소형·고분해능 표시기에 초소형 광학·전자·기계장치(MOEMS : Micro·Opto·Electro·Mechanical System)기술이 접목될 경우 표시기·광학소자·센서 등의 무게 및 부피 감소와 더불어 고성능화를 지향할 수 있으며 그 응용기기도 HMD는 물론 전투용 안경·손목시계·견장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군수기기에 탑재되는 기기용 표시기의 경우 일반적인 FPD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고내구성을 지향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사용자의 목적에 따른 FPD의 제품화는 주로 두분류로 형성되는데 먼저 노트북컴퓨터 등과 같이 대중을 대상으로 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성능보다는 가격이 구매력을 결정하는 부문과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정된 수요자에 대해 가격보다는 성능이 우선되는 부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군수용 디스플레이기기는 후자에 속하며 특히 강조돼야 할 점이 고내구성이다. 고내구성 디스플레이란 다양하고 열악한 환경(온도·습도·주변 광도 그리고 물리적인 충격)하에서도 성능의 변화가 없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표시기를 일컫는다. 이러한 군수용 고내구성 디스플레이는 DARPA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되고 있으며 금후 항공기·전차·전함 등에 탑재돼 광범위하게 운용될 FPD제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군수용 디스플레이는 HMD를 중심으로 한 개인용 표시기와 기기용 표시기 모두에 있어 부피 및 중량, 전력, 발열 등의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CRT로부터 FPD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FPD가 CRT를 대체하는 과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은 가격보다는 특히 성능면에서 발생하며 궁극적으로는 FPD가 CRT의 한계점들을 극복함과 동시에 CRT에 상당하는 성능을 유지하는 쪽을 지향함은 물론이다.

 결론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군수용 고내구성 디스플레이는 세종류의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현재 상업화된 FPD(AMLCD와 AMEL)를 적용해 시스템 개발을 앞당기는 것, 기술적으로 가장 강세인 AMLCD에 내구성 개념을 한층 더 강조하는 것 그리고 AMLCD와 비교해 성능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FPD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FPD기술에 있어 주목받는 소자로는 FED가 대표적이다. 이는 군수용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성능(시야각·동작속도·동작온도 등)과 가격면에서 LCD와 경쟁할 잠재력이 높아 현재 미국의 모토롤러·레이시온(Raytheon), 프랑스의 픽스텍, 일본의 후타바(Futaba), 한국의 삼성·대우 등에서 집중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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