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측과 이동전화 5개 사업자들이 첨예하게 대립중인 지하철 시설점용료 협상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동전화측의 재심요구가 제기되는 등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으면서 또 한차례 기나긴 대립의 터널로 들어가게 됐다.
지하철 시설점용료 협상은 서울지하철공사를 비롯, 4개 지하철공사가 이동전화사업자들에 각사당 연간 55억여원의 시설점용료를 내라고 요구해온 데 대해 사업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10개월여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날로 첩첩산중으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29일 공정거래위가 「지하철측과 이동전화사업자간 계약은 적법하며 액수의 많고 적음은 심사하기 곤란하다」는 공식입장을 전달한 데 대해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불복의사를 표출, 지난 5일 재심을 청구하자 또 한차례 기나긴 대립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공정거래위 판결에 대해 공식 불복하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지하철측을 제소한 데 대한 합당한 판결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지하철측을 제소할 당시 공정거래위에 「점용료 과다」와 「불공정 계약협정 강요」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번 판결은 단순히 계약의 적법성만을 거론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공정거래위에 근본적인 문제점 시정을 요구,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지하철측에 대한 점용료 지급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하철측은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가 적법성을 인정한 계약서상에 「요구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시설물을 철거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기돼 있다며 점용료 미납부시 시설물을 철거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지난해 점용료 납부시기를 공정거래위 판결 이후로 미뤄왔지만 이제 판결이 내려졌으니 즉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문제의 시설철거 조항은 사업자들의 의사가 조금도 개입되지 않은 불공정 계약 중 일부로 공정위에 재심을 요구한 사항에 포함돼 있어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사업자들의 기지국 공용화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한국전파기지국관리주식회사(이하 한기)의 임의적 판단과 행동이었을 뿐 사업자들과의 계약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휴대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조건들이 사업자들에 절대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초기 불공정 계약이 이렇게까지 비화된 것을 감안해볼 때 당시 공용화 추진주체였던 정보통신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공용화를 유도했을 뿐 계약관계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전제한 뒤 『계약은 사업자와 한기, 지하철측이 자율적으로 체결한 것이며 정부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기 또한 계약체결 당시 사업자들에 「계약내용에 대한 의견을 문서로 통보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통보해온 업체가 없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계약의 적법성 요구에 앞서 지하철측이 요구하는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해 점용료를 낮출 수 있도록 노력은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정위가 문제제기 수준으로 끝냈던 지하철측의 「물가 인상시에는 점용료를 올리나 물가가 떨어질 경우 점용료는 불변」이라는 조항에 대해서는 「물가 인하시에는 점용료를 낮춘다」는 내용으로 시정토록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지난해 무려 6개월여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1차 공정위 판결에 이어 현재 2차 판결시기를 무기한 기다리고 있다.
사업자들은 공정위가 1차 판결을 반복하고 지하철측이 시설철거를 요구해올 경우 지상기지국과 지하철역사만을 연결하는 절름발이 서비스와 지하철 서비스 중단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지하철 이동전화서비스는 지금 생존위기에 처해 있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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