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삼성전자 송동일 전무

 『기대하지도 않은 대발탁의 행운을 누리게 돼 얼떨떨합니다.』

 삼성전자 송동일 홈멀티미디어 그룹장(46)은 최근의 인사에서 발탁의 기쁨보다는 더 무거워진 책임감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문을 연다.

 송동일 그룹장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단행한 인사에서 이사에서 전무로 단번에 두 단계나 승진한 소위 대발탁의 주인공이다.

 『저를 발탁해준 것은 제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디지털 신호처리기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정보가전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디지털 신호처리기술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송동일 전무는 이번 발탁 인사에 대해 겸손해 하지만 사실 삼성전자가 디지털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일등공신인 인물.

 지난 95년 이사로 승진해 당시 디지털 신호처리연구실을 맡은 그는 연구실의 분위기를 스피드하게 바꿈으로써 삼성전자가 정보가전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했다.

 『95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구소 조직은 시스템 기술위주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연구소가 각종 가전제품의 신모델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송 전무는 연구소가 단기적인 시스템 개발에 치중한 결과 핵심기술 개발에 자연 소홀하게 되고 중장기 연구개발의 실행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른 기간 안에 신모델을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보니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들여다 쓰게 되고 기초가 없으니 기술을 재활용할 수가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 셈입니다.』

 송 전무는 신호처리연구실을 맡으면서 시스템 개발위주의 연구소 조직을 핵심기술개발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기로 작정했다.

 『연구소는 사업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업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핵심기술에만 매달린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핵심기술과 시스템기술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도록 매트릭스 개발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연구소인력을 핵심기술개발팀과 시스템개발팀으로 이원화하고 이 두 조직간의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선행기술 개발과 응용기술 개발을 동시에 활성화시킴으로써 기술재활용을 도모하고 동시에 기술개발 속도도 한층 스피드하게 만들겠다는 포석이었다.

 『매트릭스 개발체제가 자리잡히자 연구소가 기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돌아갔습니다. 핵심기술분야에서는 디지털TV 칩세트와 LCD 프로젝터, 홈와이드웹 같은 선행기술을 잇따라 개발해냈고 시스템기술분야에서도 멀티PIP·화질개선칩·팔플러스TV 등을 속속 개발해냈지요.』

 송 전무는 핵심기술개발팀과 시스템기술개발팀 간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 매년 두 차례씩 연구인력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지난 97년 7월 LG전자가 디지털TV 칩세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 사실 매우 당황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연구개발속도가 빠르다고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핵심기술과 시스템기술 개발을 병행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디지털TV 세트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트릭스개발체제의 장점이랄 수 있습니다.』

 송 전무는 올해부터 매트릭스개발체제의 강점을 활용해 디지털TV 칩과 디지털캠코더칩 등 기존 칩세트를 보다 고집적화시키고 기능을 제고시키는 등 선행기술과 시스템기술을 병행 발전시켜 삼성전자가 정보가전분야에서 으뜸가는 회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의로 가득 차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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