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SW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소장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산업은 벤처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점차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미래의 산업이자 지식정보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산업은 개인 및 단체 사용자들의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부족 및 불법복제, 정부의 구매예산 기준이하 책정 및 예산전용, 불법복제 단속미비, 유통질서의 혼란, 개발사의 영세성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현재 고사 직전에 이르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의 붕괴는 컴퓨터산업의 붕괴로 이어지며, 이는 곧 대한민국 정보화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첫째, 교육기관 및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매예산이 현실적으로 책정되고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 교육기관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당연한 관행이 되고 있다. 예산이 배정될 때부터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고, 그나마 집행과정에서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하드웨어만 구매하거나 타 용도로 전용되기 때문에 불법복제가 강요되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 만난 한 대학생으로부터 불법복제를 해서는 안되며 정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품을 돈을 주고 사면 친구들에게 바보취급을 당하고 놀림을 당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교육기관은 아주 비교육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는 셈이다.

 공공기관에서도 상황이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법복제가 관행처럼 되어 있다. 이렇게 학교와 정부에서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근본적인 원인은 예산부족 및 예산전용에 있다. 예산만 확보되고 또한 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학교나 정부의 실무자들이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하면서까지 사용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 수준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점진적으로 소프트웨어 구매예산을 현실화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들을 매년 계획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행정전산망용 소프트웨어 지정문제다. 정부 부처에서 실제로 업무에 사용하고 있지만 행정전산망용 소프트웨어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매를 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있다. 정부에서 구매할 때는 행정전산망용 소프트웨어로 지정된 것을 구매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지 못하는 폐단이 있다. 결국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필요하지만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복제라도 해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서작성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현재 업무에 사용중인 소프트웨어라면 모두 행정전산망용 소프트웨어로 지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불법복제 단속에는 성역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불법복제 문제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중소기업들이 단속되는 것이 고작이었고, 정부기관·교육기관·대기업 등 실제로 소프트웨어 수요가 많은 곳에는 오히려 단속의 손이 미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소프트웨어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불법복제 단속을 강화해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넷째, 불법복제 관련법령도 강화하고 보완해야 한다. 현재 불법복제 법령은 구속력이 미미한 친고죄로 규정돼 있으며, 법적인 제재 역시 그 강제력이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이에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처벌에 대한 관련법령을 강화하는 한편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법률을 제정하여 이를 널리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다섯째, 영세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들도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개발·마케팅·고객지원·재무관리·인사관리 등 많은 부문에서 이미 효율성이 입증된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개발사들은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방법론을 알지 못해서 발만 구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기업비밀에 속한 내용만 아니라면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선진 경영기법을 국내 개발사들에 전수해 주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워 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며, 국내 개발사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6·25 이후 최대 국난으로 평가되는 IMF체제의 조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여기에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국민적인 사랑과 성원 그리고 정부의 확고한 육성의지가 있어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경제의 튼튼한 역군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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