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전자계측기기 산업은 낙후된 계측기술, 외국업체의 독점, 국산 계측기기에 대한 관심 저조와 같은 어려운 환경을 뚫고 성장해 왔다.
1백50여개 계측기 생산업체 대다수가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 계측기기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면서 외국기술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계측기기 총 수요는 지난 96년 32억달러, 97년 33억달러로 매년 증가하면서 세계 5위권에 들 정도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매년 수요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연평균 3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다.
국내 계측기기 산업은 지난 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아날로그 군용 계측기기와 미터류의 기기를 수입해 사용하면서 출발했다. 58년 국내 최초로 전류·전압계가 개발된 것을 시작으로 60년 금성사가 부산 라디오 생산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고주파(RF)신호발생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6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업체들도 국산 라디오·오디오·흑백TV의 생산과 함께 계측기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다.
62년 삼미기업이 일본 산와사와 기술협력해 아날로그 멀티미터를 생산했다. 이어 광주전자정밀공업이 67년 2백㎑급 오디오 발생기와 5백㎑ 오실로스코프 등을 개발했으며 69년 삼성전자에서 오실로스코프를 생산하기도 했다. 흥창물산·금성정밀 등 중소·대기업들이 계측기기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딘 70년대에는 전자공업의 발전에 힘입어 오디오 발생기·멀티미터·오실로스코프 등의 수요 증가세가 나타났으며 저급 제품을 중심으로 한 계측기 개발이 시작된다.
70년대 말부터 국내기업들은 처음으로 디지털 멀티미터의 개발에 나선다. 이 시점은 미국의 휴렛패커드 등 외국 선진 계측기업체들이 국내에 대리점을 개설하고 국내시장에 진출한 때와 맞아 떨어진다.
전자산업의 급성장을 맞은 80년대엔 가전·통신부품 산업 등의 고속성장에 따라 전자계측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개발·생산의 활기를 보이게 된다. 특히 저급의 각종 테스터류와 신호발생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계측기업체들의 설립이 눈에 띈다.
83년 20㎒·25㎒대역의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가 개발된 것을 시작으로 89년 20㎒·40㎒급 디지털 오실로스코프가 선보였고 디지털 주파수 카운터(84년), 디지털 IC테스터(85년) 등이 잇따라 국산화된다.
90년대 초반에는 주로 멀티미터·전압계·전류계 등 저급제품에 대한 개발과 수출이 이뤄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금성정밀 등이 1백㎒급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를 내놓았으며, 흥창물산과 ED가 각각 1㎓, 1.4㎓대역 RF스펙트럼 분석기를 선보였다.
90년대 중반 들어서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보편화에 힘입어 통신용 계측기 수요가 급증하게 되며 외국업체들도 국내시장 진출에 급피치를 올리게 된다.
그러나 국내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96, 97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단말기 개발·생산·서비스용으로 3천억원 이상의 계측기를 수입한 것은 미진한 국내 계측기 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한편 국내업계는 지난 2, 3년간 CDMA 등 무선통신시장을 타깃으로 2.7㎓급 스펙트럼 분석기, CDMA용 시뮬레이터, 무선호출기 전용 테스터, 디지털 종합정보통신망(ISDN) 프로토콜 분석기 등을 잇따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1백㎒급 25MS/s의 휴대형 디지털 오실로스코프, 5.5㎓급 주파수 카운터, 20㎒급 함수발생기 등 범용 전자계측기들도 개발됐다.
공업용 계측기기 부문에서도 질량유량계를 비롯해 다공식 유속측정기·볼텍스 유량계는 물론 대기·수질 대상의 환경자동측정장비를 상용화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내수시장이 축소된 이후 국내업체들은 2.7㎓대역 스펙트럼 분석기, 1백㎒급 오실로스코프, 2㎓급 RF필드분석기, 디지털 멀티미터, 무선호출기 자동 테스터 등을 위주로 수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계측기기 산업은 특히 국내외 이동통신·광통신·케이블TV·초고속 위성통신 분야의 서비스 확산과 각종 통신 계측기기시장의 지속 성장 전망에 발맞춘 안정성장이 예상된다.
향후 수년간 무선가입자망(WLL), IMT 2000 등 첨단 통신서비스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이 98년말 현재 30% 수준에 불과한 계측기 국산화율을 향후 10년내에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국제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진단하는 가운데 계측기업체들은 통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40년을 준비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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