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가전부문 성장사

 한국의 가전산업은 지난 59년 수입부품을 사용해 진공관식 라디오를 조립 생산하면서부터 태동했다.

 그후 국내 가전산업은 끊임없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60, 70년대에는 라디오·흑백TV 등 단순 노동집약형으로 생산기반을 닦았으며 80년대 들어서는 컬러TV·VCR·전자레인지 등 기술집약형으로 발전했다.

 이어 90년대 들어서는 콤팩트디스크플레이어(CDP), 디지털오디오테이프(DAT) 등과 같은 첨단기술산업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이루어냈다.

 국내 가전산업이 4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이처럼 놀라운 발전을 거듭한 것은 정부의 전자산업 육성시책과 기업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낸 데 있다. 여기에다 양질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품질면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면에서는 앞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가전생산국으로 부상하게 됐다.

 88년 가전생산액은 92억달러로 전자·전기제품 총생산액의 39.1%, 국내총생산액(GDP)의 5.3%를 차지해 가전산업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수출의 경우 88년에 64억3천6백만달러를 기록해 국내 전체수출액의 10.6%에 달했고 전기·전자산업 수출총액에서는 무려 절반에 가까운 40.9%에 이르렀다.

 국내 가전산업은 태동한 지 20년만에 국내 최대산업으로, 그리고 세계 제2의 생산국으로 자리잡았지만 이 시기를 정점으로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한국 가전산업의 급성장을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선진국들이 기술보호 장벽을 치기 시작하자 업계가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데 애로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임금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진 데다 해외 각국이 한국산 제품의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등 내우외환이 겹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보다 싼 임금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들마저 한국을 바싹 추격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88년 이전까지 매년 10% 이상 고도성장세를 유지했던 국내 가전산업은 88년 이후 93년까지 성장률이 3.4%에 그치는 부진을 보이면서 조정기를 겪었다.

 특히 가전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크게 둔화돼 88년에 총수출액의 10.6%이던 것이 92년에는 7.8%로 떨어졌으며 전자제품 수출액의 40.9%에 달하던 비중도 28.8%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국내 가전산업은 회복기를 맞을 수 있었다.

 주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일산 가전제품이 엔고여파로 퇴조하기 시작한 데다 조정기 동안 국내업체들의 품질고급화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다시 향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등 주력시장에서 일산제품에 밀려나기 시작하면서 중국·동남아·중남미·CIS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도 가전산업의 부흥에 크게 일조했다.

 이 때문에 가전산업은 93년에 전체산업 생산액에서 3.4%의 비중을, 전자제품 생산액 중에서 30.7%의 비중을 차지, 88년보다 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5년간의 추락세를 벗어나 감소세가 둔화되는 진정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

 93년 이후부터 95년 상반기까지 일본의 엔고지속에 따른 반사효과로 국산 가전제품은 잠시 수출호황을 누렸지만 95년 하반기부터 일본이 엔저로 돌아서면서 다시 침체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97년말에 맞은 IMF사태로 지금까지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신시장으로 개척했던 동남아·중남미·CIS 등도 외환위기로 수요가 급감돼 국내 가전산업은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TV를 비롯한 정보가전제품이 21세기 최대 유망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가전산업은 제2의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서두르고 있다.

 덩치만 컸지 생존력을 상실한 공룡으로 치부되던 국내 가전산업은 고부가 반도체·컴퓨터·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장으로 인식되면서 21세기를 주도하는 주력산업으로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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