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08)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와서 회사에 출근했을 때 사장이 나를 불렀다. 그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형의 장례는 제대로 치르고 왔나?』

 『네, 염려해 주신 덕택으로 잘 치렀습니다.』

 『이제 잡념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TS3를 개발해야 해.』

 사장의 온 신경은 사운을 걸고 개발하는 텔렉스 교환기에 집중돼 있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부른 것은 위로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그것은 신경을 쓰고 있는 통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밤을 새우라는 뜻은 아니야. 기술자 일부가 개발에 열중한답시고 매일 밤을 새우다가 과로로 숨진 일이 있지. 알고 있나?』

 『네, 잘 알겠습니다.』

 『건강에도 신경을 쓰라는 거야. 그래서 자네에게 이 회원권을 주는데 말이야.』

 사장이 대단히 선심을 쓰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내미는 회원권이라는 종이를 받고 보니 그것은 골프 회원권이었다. 그러나 필드에 나가는 회원권이 아니라 연습장을 삼개월 동안 사용하는 교습용이었다. 회사 바로 옆에 있는 골프 연습장이었다.

 『저는 골프에는 취미가 없습니다. 더구나 골프채도 없는데요.』

 『골프채도 연습장에서 제공하니 아침마다 배우라구. 출근하기 전에 나와서 쳐. 나도 아침마다 나가니 만날 수 있을 거야.』

 아침마다 골프 연습장에서 사장을 만나는 일은 더욱 거북한 일이었다. 사장은 오래전부터 골프를 쳤으나 워낙 늘지 않아 계속 연습장을 출입하고 있었다.

 『한달만 배우면 내가 머리를 얹어주지. 골프채도 사줄 수 있지. 이것은 자네에게 베푸는 특혜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자네가 우리 회사의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하는 거야.』

 『그렇게 배려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좆같이. 끝까지 내 호의를 무시하겠다는 거야?』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큰마음 먹고 배려하는 모양인데 내가 사양하자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골프는 부유층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경원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장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 나는 그 연습용 회원권을 받고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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