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케이블TV 채널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TV협회나 종합유선방송국(SO)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각종 시청률조사에서 항상 5∼8위권을 유지하며 케이블TV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포츠TV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포츠TV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재정지원 중단으로 작년 프로야구 중계권료와 미국 스포츠채널인 ESPN의 사용료 5개월치가 밀려 있는 상황인데 공단측의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없는 한 올해 프로야구·프로농구·배구 등 인기 종목의 중계권 확보는 물론 ESPN으로부터의 프로그램 공급도 사실상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3∼4월이면 스포츠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중계권 확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스포츠TV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용평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 게임에는 제작비 부족으로 송출팀만을 파견해 프로그램을 겨우 내보냈으며 현재 방송되고 있는 대부분 프로그램도 재탕 또는 삼탕이다. 게다가 현재 스포츠TV는 김학영 사장과 정희준 이사가 사표를 낸 이후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경영진이 없는 상태에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TV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기획예산위원회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민영화 방침을 밝혔으나 정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아직까지 민영화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협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데다 민영화 이전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마저 긴급 수혈하지 않은 채 스포츠TV측의 자구 노력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현재 스포츠TV는 공단에 48억원 정도의 긴급 자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 자금 중 상당부분이 ESPN 미납 방영권료(5억1천만원), 프로야구 중계권료 미납(4억7천만원), 케이블 분배망 사용료(3억8천만원) 등에 쓰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의 재정지원은 아니지만 우선 이 정도는 지원돼야 회사를 꾸려 나갈 수 있다는 게 스포츠TV의 판단이다. 매월 들어오는 수신료 수입이나 광고 매출로는 올해 중계권 협상이나 ESPN 수신료 미납분을 정산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간 2백3명에 달하던 인력을 77명으로 줄이고 임금을 30% 삭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였으니 이제는 공단에서도 성의를 보여야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TV에서 희망 퇴직한 직원들의 퇴직금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스포츠TV가 보유하고 있는 중계차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스포츠TV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스포츠 중계가 생명인 스포츠채널에서 중계차를 팔면 도대체 무엇으로 중계를 하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스포츠TV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TV의 인사·예산 등 모든 문제에 관여해 놓고 이제 와서 스포츠TV에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전부 떠넘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공단의 분명한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스포츠TV의 1백%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금처럼 매각도 하지 않고 재정지원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스포츠TV의 소생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공단이 하루 빨리 스포츠TV를 민영화하거나 공단 지분의 일부만이라도 외부에 넘겨 공동경영을 모색하는 게 스포츠TV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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