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최대 이슈 Y2k

 컴퓨터의 2000년(Y2k)문제가 올해 세계 정보기술(IT)분야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2000년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전세계적으로 가공할 만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잇따르고 있는 「유사 Y2k」 사고는 이같은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99버그」로 불리는 유사 Y2k 사고는 지난 1월 1일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 등 3개 공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99버그는 숫자 99를 데이터 입력종료 등 특수한 논리적 용도로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당시 이들 공항의 일부 컴퓨터 프로그램이 99년을 연도표시가 아닌 「작동중지」나 「파일 끝」 등의 메시지로 잘못 인식, 임시여권 발급업무를 중단하는 사태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후 미국·유럽·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Y2k 대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특히 99버그로 인한 컴퓨터 오작동으로 선박이 엔진고장 등을 일으켜 일시적인 운항장애 사례가 올들어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고 일본선주협회가 밝혔다. Y2k의 전주곡에 불과한 99버그의 피해가 잇따르자 일본 해운업계는 내년 1월 1일 0시에 Y2k 사고가 집중될 가능성에 대비해 이때 유조선의 원유 선적작업을 중지키로 하는 한편 좁은 해로나 항만을 항해하게 될 선박엔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Y2k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 민간기업과 정부 및 국제기구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등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생활의 안정에 필수적인 국방·전력·통신·운송·금융 등 각 분야에서 Y2k문제 해결을 위한 모의적응실험에 나서는 등 분주한 움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증권분야 모의적응실험을 성공리에 수행한 데 이어 통신과 운송·전력 등 산업별 모의적응실험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지역의 많은 국가들도 시한을 정해놓고 정부 차원에서 Y2k문제 해결을 독려하고 있으며 민간부문의 해결노력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시간과 현재의 진척도를 고려할 때 세계 어느 나라도 Y2k문제를 완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얼마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Y2k 피해를 축소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세계은행도 이와 관련, 『개발도상국들이 전략적 단위의 컴퓨터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데 앞으로 남은 시간을 써야 한다』며 특히 일부 국가는 국민들에게 필수품을 차질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비상대처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Y2k문제는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지구촌시대의 글로벌 경제하에선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Y2k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의 정도에서 앞서가고 있는 국가라 해도 그렇지 못한 다른 나라와 무역활동 등을 통해 연결돼 있어 Y2k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진국가나 기업들은 최근 교역상대에 대해 Y2k문제 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Y2k문제의 국제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부에선 이와 관련, 세계경제가 Y2k문제로 인해 최소한 앞으로 1, 2년 동안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선진국가들이 일국 단위의 문제해결 노력과 함께 국제협력을 통해 개도국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와 중남미의 개도국들이 Y2k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제 신용도가 하락해 국제자본 유입이 어려워지고 그것이 또다시 금융위기를 악화시켜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협력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Y2k문제와 관련된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및 국제분쟁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Y2k 분쟁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준거틀이 마련돼야 소송대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소송이 쇄도하더라도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등 일부국가에선 Y2k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중재센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2k관련 소송은 아직 국제적으로 비화된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내에서 이미 수십건에 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발생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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