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전업계, 美애플 "IEEE1394" 특허료 징수 방침에 "울상"

 미국 애플이 「IEEE1394」 규격의 특허사용료를 징수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이 규격을 사용하는 반도체업계 및 가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가전제품이 디지털화함에 따라 전자업체들이 디지털카메라·디지털TV·디지털캠코더(DVC) 등의 디지털 가전제품과 PC 등을 서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앞다퉈 채택하고 있는 인터페이스가 IEEE1394 규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소니가 자사의 노트북PC인 「바이오」시리즈 및 디지털카메라 등에 이 IEEE1394 규격에 기반한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것을 필두로 가전업계에서도 디지털TV의 수신장치인 세트톱박스(STB)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가전장치에 이 인터페이스를 서둘러 탑재하고 있다.

 IEEE1394 규격을 사용하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기존의 근거리통신망(LAN)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빠르고 문자나 영상 등의 데이터 손실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자료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디지털비디오와 같이 시간에 민감한 자료를 전송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그리고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로 바꿀 필요가 없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으며 가느다란 직렬 케이블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대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바이스ID나 터미네이터가 필요없고 따로 환경설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용이 쉽다.

 그러나 이 규격의 특허를 애플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IEEE1394는 10여년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사용하는 접속단자의 처리속도에 불만을 갖고 있던 애플의 엔지니어가 개발했고 그후 소니와 공동으로 디지털기기의 표준 접속규격으로 육성,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에 의해 데이터 전송규격으로 제정됐다.

 지금까지 애플은 이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받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자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사용하는 데 대해 대가를 요구하기로 한 것이 일단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플은 아직 정식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한 포트당 최소 1달러(약 1백10엔) 정도의 금액을 제시한 가계약안을 받았다는 가전업체는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IEEE1394 규격을 지원하는 제어IC를 생산하는 반도체업체도 라이선스료를 애플에 지불하게 된다. 제어IC의 가격이 약 5달러이고 보면 3개 정도의 포트가 필요한 PC의 경우 특허료만 IC 본체 가격의 60%에 달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관련업계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소니와 마쓰시타전기산업의 경우 『특허료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는 상태고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본 인텔측은 『애플의 특허료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비싼 특허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사용하기는 곤란하다』며 『최악의 경우 별도의 표준규격 채택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어려운 입장을 설명했다.

 애플의 의도가 어디에 있건 이번 애플의 특허료 징수 방침은 IEEE1394 규격을 사용하는 가전업계나 반도체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 알려져 있는 애플의 제시액은 통상적인 계약료에 비해 턱없이 비싸 인텔처럼 별도의 접속규격 채택을 검토하는 업체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본 유수의 가전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모 사장도 『지금부터 애플의 특허를 저촉하지 않고 새로운 규격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한 2, 3년이 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디지털가전의 보급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제때에 디지털가전사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애플의 요구대로 특허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애플이 거두어들이는 특허료 수입은 엄청난 액수에 달하게 된다.

 한 가전업체의 추정에 따르면 한 가정당 사용하는 IEEE1394 인터페이스는 20개를 넘어선다고 한다. 앞으로 디지털가전의 보급에 힘입어 IEEE1394 인터페이스의 수요가 늘어날 경우 애플은 일본 가정에서만 연간 1천억엔 이상의 특허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쨌든 지난해 여름에 출시한 「i맥」으로 PC사업의 부흥을 꾀하고 있는 애플이 이번에는 10년전에 개발한 IEEE1394 규격으로 돈방석에 앉게 됐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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