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희 KOTRA 시장조사처 미주부장
2000년을 코앞에 둔 올해 컴퓨터 2000년(Y2k) 인식오류 문제인 소위 「Y2k」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높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기존 대응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작게는 가전제품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의 통신 및 금융전산망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분야에서 예기치 못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Y2k문제는 국제무역과는 과연 무관한 문제일까. 2000년이 다가올수록 국제무역은 점차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 국가의 세관 및 항만당국은 좀더 신속한 통관절차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관련업무를 전산화하고 있다. 이는 수출입 통관업무가 모두 컴퓨터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2000년 1월 1일을 전후로 특정 국가의 세관당국이 Y2k문제에 적절한 대비책을 수립해 시행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출입 통관업무가 지연되거나 일시적으로 중지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컴퓨터로 통제되는 거리의 교통신호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교통체증이 야기되듯이 해당국의 수출입 통관업무 지연은 불가피하다. 나아가 해당 수입업자에게 수입면장을 발행해 주는 해당 기관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다면 양국간 일시적인 교역량 감소도 야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일부 국가들이 수입을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Y2k를 무역장벽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Y2k의 수입장벽화 가능성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전세계적인 파급으로 인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가능성과 맞물려 우리 수출에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2000년 1월 1일부로 세관의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전산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관세가 인하될 해당 품목을 확인할 수 없게 돼 같은 날로부터 유효하게 될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국의 관세인하 조치가 실제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을 경우 통관 및 관세징수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
Y2k가 국제무역에 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비단 정부 차원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통관 대행업자, 트럭 운송업자, 항공 및 해운업자 등 민간기업이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이는 고스란히 해당국의 수출입 물품운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Y2k문제는 많은 프로그램의 수정이 필요하며 나름대로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대비를 자신할 수 없다는 데에 그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국제사회도 Y2k가 국제무역에 야기할 수 있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해 국가간 협력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Y2k로 야기될 수 있는 대외교역에서의 혼란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를 이용한 다자간 협력체제와 함께 우리의 주요 교역 대상국 정부의 Y2k 활동에 대한 검토 등 쌍무적인 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도 양국의 수출입 관련협회를 중심으로 Y2k에 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Y2k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비용투입이 어려워 사전준비가 미흡한 상황에 있는 동남아 및 중남미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좀더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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