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가상대학의 미래

현동훈

◇80년 단국대 기계공학과 졸업

◇84년 단국대 대학원 공학석사

◇94년 단국대 대학원 공학박사

◇86~88년 기아자동차 중앙연구소 연구원

◇88~97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산업기술대 설립추진본부 학사팀장

◇현재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부교수, 국회 가상정보가치연구회 자문위원, 한국원격기술교육협회 부회장

 가상대학은 정부의 교육개혁 차원에서 발표된 후 지금까지 개념 및 형태에 대해 정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특히 기존 일부 고등교육기관 및 교육제도와의 형평성 문제로 우리 주위를 표류하고 있다. 가상대학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상교육부터 정의해야 한다. 가상교육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가상공간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간 실시간 또는 비실시간적인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교육을 말한다. 따라서 가상대학은 교육활동의 대부분이 가상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고등교육체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가상대학으로는 미국의 서부가상대학(Western Governors University)과 아테나대학(Atena University)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서부가상대학은 미국 서부지역 주지사협회가 주와 국가의 복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등교육이 각 주의 제한된 자원, 비탄력적인 교육체제, 고비용 등으로 날로 변화하는 현실에 걸림돌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태동했다. 이 대학의 설립목적은 개인과 시민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기존 전통적인 캠퍼스가 아닌 곳에서 획득한 기술과 지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데 있다. 아테나대학은 설립과정이 서부가상대학과는 약간 다르지만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저렴하고 접근이 용이한 방식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영국의 개방대학(Open University), 캐나다의 아타바스카대학(Athabasca University), 노르웨이의 NKI 전자대학(The NKI Elcetronic College) 등과 같이 인쇄매체와 방송매체를 이용해 고등교육을 담당해오던 원격교육대학(우리나라는 한국방송통신대학)들도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가상교육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교실 수업을 위주로 해온 일반 대학들 중 최근 전교육과정 또는 일부 교과목을 가상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피닉스대학의 온라인 캠퍼스(University of Phoenix Online Campus)는 각 지역캠퍼스를 통해 10만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재학생만도 3만명을 상회한다. 이러한 가상대학은 평생교육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국내의 가상대학은 운영주체를 대학과 기업체(공공교육기관 포함)로 나눌 수 있다. 대학의 경우 65개 대학이 단독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교육부가 시범운영하고 있는 가상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은 대부분 교육적 측면에서 가상대학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몇 개의 가상강좌만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대학에 대한 관심과 의욕은 다른 나라보다 뒤지지 않아 가상대학이 활성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기업체의 가상대학은 언론사와 SI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좋은 네트워크 기반이나 관련 전문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반응이 좋은 가상교육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학위와의 연계는 아직까지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 공공교육기관에서도 가상강좌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상강좌는 교육내용의 충실성을 엿보이고 있어 기업체 재교육의 가상대학 모델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가상대학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가상대학들은 가상강좌를 중심으로 한 초기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교육부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은 크다.

 국내 교육체제 중 고등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고등교육법에 의한 대학유형은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이 있으며 이와 함께 특별법에 의한 각종 인정대학(육군사관학교 등), 기능대학도 있다. 또 평생교육과 관련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 학점인정제에 의한 학위취득이 가능하며 98년 제정된 평생교육법에 의해서도 학위취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상대학은 한국의 고등교육체제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가. 최근 가상대학에 대한 존재가치는 인정하고 있으나 기존 교육기관과의 영역정의가 명확하지 못해 가상교육법 등과 같은 문제에서 상당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가상대학들은 정규 및 평생교육을 구분하지 않고 새로운 교육서비스 차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양성화되고 있다. 즉 정규교육이든 평생교육이든 아니면 정규교육 중 대학과정이든 전문대학과정이든 수요자가 원하면 가상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국내에서 고민하고 있는 가상대학의 설립·운영 법제화에 참고할 사항이다.

 개혁 또는 구조조정이라는 용어가 최근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편승하여 교육개혁 차원에서 짧은 기간내에 교육법을 상당부분 수정, 보완해 왔다. 현재 가상대학 또는 가상교육에 관한 교육법의 수정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국내 가상대학의 위치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교육법에서 가장 먼저 가상대학과 관련해 개정된 사항은 첫째,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원격교육을 실시할 경우 시설·설비 기준을 교육부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다. 그러나 관련 교육부령에 원격교육과 관련된 세부 시설·설비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학점인정제에서 원격교육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고등교육법 가운데 기술대학 설립·운영 규정으로 교육기본시설 중 강의실에 원격교육시설을 포함시켜 교사시설의 기준면적을 기존 대학과 차별화한 것이다. 기술대학은 2차 교육개혁안의 핵심시항으로 강의는 원격으로 하고 실습은 산업체 현장근무를 위주로 하여 학위를 수여하는 새로운 교육제도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기존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와 현실적 적용 등의 어려움으로 교육개혁안을 법제화할 때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기술대학이 원래 교육개혁안대로 입법화됐다면 가상대학도 지금쯤 입법화돼 선진국과 같은 가상대학이 국내에서도 시범적으로 운영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교육법 중 고등교육법의 방송·통신대학 관련이다. 제3차 교육개혁안에 가상대학이라는 새로운 교육제도가 발표되면서 교육계는 가상대학·원격대학·사이버대학 등과 기존 고등교육기관과의 관계정립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 고민했다. 특히 기존 방송통신대학과 유사한 점이 많아 두 대학을 어떻게 구별할 지에 대해서도 난감했다. 따라서 가상대학을 포함하기 위해 기존 방송통신대학을 방송·통신대학이라 명칭만 변경하고 기존 방송통신대학법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

 넷째, 지난해 평생교육법을 제정하면서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이라는 조항을 둬 평생교육 차원에서 가상대학이 설립·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마련돼야 정확한 평생교육 차원의 가상대학 형태를 알 수 있겠으나 국내 처음으로 가상대학의 설립·운영 근거를 명확하게 밝힌 조항으로 의의가 크다.

 이처럼 법 조항들이 매년 또는 같은 해에 개정돼와 가상대학에 대한 국내 관심도와 정부의 노력을 미뤄 짐작할 만하다. 단지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가상대학은 명확해졌으나 정규교육차원에서의 가상대학은 기존 고등교육법으로 인해 부족한 점이 많다. 교육수요자는 평생교육법에 의한 가상대학의 학위보다 정규교육의 가상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방법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국내 가상대학 위치는 현재 교육체제상 평생교육 쪽에 치우쳐 있어 향후 정규교육의 가상대학도 설립·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원하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전방향 서비스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의 가상대학에 대한 접근을 엄밀히 구분한다면 대학을 중심으로 한 가상대학 시범프로그램과 평생교육법을 통한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압축할 수 있다. 전자는 2000년 2월까지 시범운영 후 문제점들을 도출, 필요한 경우 교육법을 개정코자 하는 경우고 후자는 가상대학을 이용해 평생교육을 해결코자 하는 경우다. 두 경우 전부 가상대학에서 학위를 주는 것을 전제로 검토해온 것이다. 향후 국내에는 두가지 유형의 가상대학이 존재할 우려가 있어 경우에 따라서 한쪽 유형의 가상대학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평생교육기관이나 대학에서 가상대학을 설립해 학위를 주기 위해서는 기존 대학의 설립·운영 기준과는 차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가상대학 관련 공청회 등에서 나온 가상대학의 설립·운영 기준에 관한 주요사항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예를 들면 설립주체, 설립 및 운영심의, 교육과정과 학위수여, 설립기준, 교원 등이다. 따라서 평생교육법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상기 설립·운영 기준의 주요사들이 항으로 다뤄지므로 결과적으로 정규교육차원에서 정규대학의 가상대학 설립·운영을 위한 법제도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규대학의 가상대학을 위한 법(이하 가상대학법)은 현 고등교육법에서 대학의 한 형태로 추가할 것이냐 아니면 방송·통신대학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제정할 것이냐를 좀 더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으로 「가상대학법」을 제정하면 올해라도 법제화가 가능하며 이러한 「가상대학법」은 평생교육법 중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기관까지 포함시킬 수 있어 앞서 언급한 두가지 유형의 가상대학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가상대학이 국내에 하루 빨리 정착되기 위해서는 가상대학법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현재 기술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산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대학은 산업체 위주로 설립하게 되어 있으나 대학 설립·운영은 형평성 관계로 학교법인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산업체가 기술대학을 설립·운영할 경우 산업체의 재산이 학교법인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산업체에서 기술대학 설립을 기피하고 있다. 그만큼 가상대학법 제정시 가상대학을 설립코자 하는 설립주체를 중심으로 설립·운영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존 대학보다 교육특성상 교육시설의 규모가 작지만 교육내용·교육평가·교재 등은 기존 대학의 설립·운영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가상대학이 설립·운영돼 기존 대학들과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야 21세기 정보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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