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조기 실시론과 연기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던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실시 시기가 당초 정부 방침대로 2001년부터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개혁위원회는 아직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실시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정통부가 당초 제시한 「2001년 실시」를 원칙으로 하되 국내 기술수준·재원조달 방안·외국의 디지털방송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 시기를 최종 확정한다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지난달 말 지상파 3사와 방송광고공사 초청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방송개혁위원회에서 디지털TV의 조기 도입에 대해 일부 반대 입장이 있으나 우리나라도 미국 등 국가의 디지털TV 방영시기에 맞춰 2001년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의 디지털방송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이날 강 수석은 『컬러TV가 정치적인 논리로 대만보다 약 10년 늦어지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컬러TV수출이 계속 대만에 뒤졌다』며 디지털TV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경우 그동안 디지털방송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해 내부에서 연기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으나 최근 방송개혁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수신료인상 등 재원조달 방안이 확정되면 오는 2000년 시험방송을 거쳐 2001년부터 디지털오디오방송(DAB)과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실시할 방침이라고 공식 밝혔다. 특히 DAB의 경우는 아직 정부에서 언제 시행할 방침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KBS가 지상파 디지털방송과 동시에 시행하겠다고 선수를 치고나와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초 정통부의 지상파 디지털방송 조기 도입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문화부측은 원래 실무선에선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실시 시기를 2001년 이후로 늦추는 게 바람직스럽다는 쪽으로 검토하기도 했으나 아직 부처의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현재는 방송개혁위원회의 결론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방송노조와 시청자 단체들의 디지털방송 조기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완전 잠복한 것은 아니다. 특히 방송노조연합은 최근 청와대 강 수석의 디지털방송 도입 시기 발언과 관련해 이같은 돌출 발언이 방송개혁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했으며, 시청자연대회의측은 디지털방송에 들어가는 전환비용을 시청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시청자에게 전가하기보다는 차라리 연기하는 게 바람직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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