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컴퓨터의 진병철 사장(48)은 독특하게 마술이 취미다. 그는 카드 마술을 비롯해 동전 마술, 지폐 띠우기 등 일반인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30여가지 마술을 부릴 줄 안다. 또 일상 생활도구를 이용해 간단히 보여줄 수 있는 20∼30가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담배와 술을 전혀 못하는 그가 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직원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데서 시작됐다.
평소 TV방송에 마술쇼가 나오면 즐겨 시청하던 그는 3년전 J신문에 국내에도 마술학원이 생겼다는 기사를 읽고 그날 학원으로 달려가 등록했을 정도로 마술에 관심이 높았다.
『처음 마술학원에서 배워온 것을 집에서 연습할 때는 부인이 나이 먹은 사람이 무슨 장난이냐고 구박도 많이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는 등 가족 모두가 새로운 마술에 관심을 보일 정도로 마술가족(?)으로 발전했습니다.』
진 사장은 「마술=속임수」라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꼭 마술에 대한 강의를 펼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마술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거나 이 고정관념을 역이용하는 것인 만큼 「마술은 곧 창조의 어머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은, 특히 정보통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천편일률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기 위해서라도 마술을 배울 필요가 있지요.』
마술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진 사장은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보다 마술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더 높이 평가한다.
『정직사각형이어야만 하는 카드를 미세한 마름모꼴로 만들거나 레이저로 동전에 홈을 파, 은행직원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마술도구를 정밀 가공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은 마술의 70∼80%를 차지할 정도지요.』
진 사장은 이같은 사고전환의 아이디어와 마술을 영업이나 제품 개발에 이용하고 실생활과 접목시키기도 한다. 가끔 회사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직원에게 새로운 마술을 소개해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다.
나아가 영업상 대화의 진전이 없을 때는 상대에 따라 마술쇼를 현장에서 보여주거나 내기를 걸어 딱딱한 분위기를 반전시켜 성과를 올렸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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