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전산업의 기상도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올해 가전산업이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는 전망은 수출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환율이 매우 불리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가전산업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전무후무한 내수침체와 전략시장의 불황 때문이었다.
내수의 경우 IMF한파로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었다. 게다가 동남아·중남미·독립국가연합(CIS) 등 수출전략시장들마저 한결같이 금융불안에 빠져들면서 수출전선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국내 가전산업은 지난해 내수매출에서는 거의 절반수준 이하로 곤두박질쳤으며 환율이 평균 60%나 하락했음에도 수출액의 경우 달러 기준으로 10% 이상 줄어들었다.
가전 3사의 매출실적이 지난해 어렵사리 목표에 근접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큰 폭의 환차익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환차익은커녕 자칫 환차손에 시달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평균 달러당 1천4백원선이던 원화 환율이 연초부터 1천1백원대에서 강보합세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수나 해외시장 경기가 아직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올해 가전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다.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도 점차 경기저점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는 있지만 이같은 희망섞인 시장예측도 환율상승 때문에 빛을 잃고 있다.
지난해 가전제품 가격은 달러 기준으로 평균 20%에 이르러 예년에 비해 2배 수준의 가격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전제품 가격이 폭락하다시피했던 것은 급격한 수요위축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된 데다 해외 바이어들이 환율하락을 이유로 가격인하압력이 드세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율이 1천1백원대로 올라선 올 들어서부터는 수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시장구조상 가격을 올리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준의 가격으로 수출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렇다 보니 수출을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기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가전업계는 이달 한 달 동안 수출물량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상당폭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채산성면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출물량 감소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전략시장의 수요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수출채산성 역시 환율상승으로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위안화도 하락하지 않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여건이 반전된다면 국내 가전업계의 경쟁력과 채산성은 극도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원화환율이 상승기조를 계속하거나 엔화가 약세를 돌아서든가 또는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국내 가전산업은 지난해를 능가하는 침체를 겪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난해 환율하락 때문에 환수했던 해외생산 부분을 다시 해외로 재이전해야만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공장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전산업의 기상도에는 이래저래 먹구름만 잔뜩 끼어 있기 때문에 가전업계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아예 낮춰 잡는 등 예년의 자신감은 간곳없이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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