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정수기들에 대해 판매가격을 분석, 공개하면서 방문판매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정수기 전문업체들이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정수기들이 정수성능의 차이는 별로 없는 반면 가격은 10만원대에서 3백만원대까지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동일 업체, 동일 방식의 정수기조차도 판매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더욱이 방문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는 정수기업체들은 최고 70%대의 유통마진을 챙기고 있으며 필터가격도 원가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 소보원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웅진코웨이·청호나이스 등 정수기 전문업체들은 이같은 소보원의 지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정수기업체들은 관련 자료 및 해명자료 등을 제시했으나 소보원 측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너무 반영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정수기는 정수방식을 중공사막방식으로 채택했는지 역삼투압방식으로 채택했는지에서부터 제조원가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정수방식에 대한 명확한 구분없이 가격을 비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수기는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사후관리비용이 높아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특별소비세 19.5%와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돼 있기 때문에 판매가격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정수기업체들이 소보원과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방문판매에 따른 높은 유통마진 부분이다.
소보원 측은 공장도가격을 뺀 나머지를 모두 유통마진으로 보는 반면, 정수기업체들은 정수기 사업상의 특성을 고려해 갖가지 비용을 제하면 유통마진은 35%밖에 되지 않고 따라서 소보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70%대의 유통마진은 너무 부풀려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정수기업체들은 최근 부품국산화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정수기 대여제 등 파격적인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시장을 활성화시켜가고 있는 단계에서 이같은 소보원의 일방적인 발표가 정수기업체들의 자구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수기업체들 스스로도 소보원의 지적처럼 방문판매형식의 폐해 및 가격왜곡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소비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이번 소보원의 지적이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흘러나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소보원의 발표에 대한 정수기 전문업체들의 반박이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수기업체 스스로 이전투구식 경쟁에서 탈피해 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대대적인 체질개선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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