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핵심 저장장치로 자리잡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영역이 가전으로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가전업체와 HDD업체들이 HDD를 가정용 비디오리코딩시스템의 저장매체로 만드는 데 잇따라 협력하면서 VCR나 기록가능 DVD를 능가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핵심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있는 것. 일본 최대 가전업체인 소니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홈 멀티미디어 서버용 저가 HDD를 개발키로 합의한 것을 비롯, 실리콘밸리지역 벤처기업인 티보와 리플레이 네트웍스가 각각 전자 프로그램 안내나 맞춤형 채널 등 디지털TV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HDD기반 수신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들의 행보가 어느때보다 분주하다.
지난달 발표된 소니와 WD의 협력은 PC나 디지털TV의 오디오·비디오 데이터를 저장하는 이른바 홈 서버용 HDD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WD이 HDD의 설계와 제조기술을 제공하고 소니가 디지털 오디오/비디오 프로세싱을 담당하는 이 제품은 올 3월까지 시험제작을 마치고 내년 중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의 정보가전용 HDD는 궁극적으로 모든 오디오 및 비디오 콘텐츠가 디지털화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PC의 디지털정보를 저장하는 HDD가 홈서버의 저장매체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더불어 지난해 PC용 HDD의 과잉생산과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WD로서는 소니와 제휴를 통해 가전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도 강하게 작용하고 잇다.
TV프로그램을 개인의 일정이나 취양에 맞게 서비스해주는 이른바 「퍼스널 텔레비전」서비스업체인 티보도 지난달 세계 2위 HDD업체인 퀀텀과 손을 잡고 TV시청 관리 플랫폼의 핵심기술을 공개했다.
티보와 퀀텀이 개발한 디지털TV 프로그램 저장용 세트톱박스는 모뎀으로 중계소와 연결해 회원들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나 시청유형을 파악한 뒤 지능형 녹화선택을 하거나 시청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HDD에 자동으로 녹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결과 비싼 케이블이나 위성서비스 장치 없이도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티보의 마이크 램세이 최고경영자(CEO)는 따라서 중계소에 있는 수백만달러의 비디오 서버를 각 가정에 설치하는 단돈 4백99달러의 세트톱박스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 제품은 IBM의 403GCX 파워PC칩을 기반으로 리눅스 OS를 채택하고 있으며 여기에 탑재된 퀀텀의 HDD는 최대 20시간분의 TV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리얼타임 MPEG2칩과 8MB 메모리, 튜너, 모뎀 등이 탑재된다. 티보는 8시간분의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기본모델을 오는 3월말부터 미국시장에서 공급할 예정이다.
리플레이 네트웍스 역시 이와 유사한 서비스와 수신기를 선보이고 공급채비에 들어갔다.
「리플레이TV」라는 이 제품 역시 기본기능은 티보와 유사하다. 즉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녹화해놓고 특정 프로나 출연자, 테마별로 검색어를 입력해 TV스케줄을 검색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디지털TV 리코딩시스템의 저장매체로 기존의 VCR 대신 HDD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물론 VCR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HDD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세트톱박스인 「웹TV플러스」에도 멀티미디어 데이터 저장용으로 탑재돼 이미 정보가전의 저장장치로 싹을 틔우고 있다.
그리고 WD의 경쟁업체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는 웹TV가 MS로 인수되기 전 이 업체에 투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찍이 HDD업체들의 가전시장에 대한 관심을 엿보게 한다.
일본 마쓰시타와 일본빅터(JVC) 역시 지난해 일본가전쇼(JES)를 통해 HDD기반 TV리코딩시스템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바 있어 앞으로 가전업계와 HDD업계간 협력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장기술의 발달로 이들 홈서버용 HDD의 저장용량대 가격비도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퀀텀의 가전용 스토리지사업부의 제크 클루그먼 마케팅책임자는 앞으로 1, 2년이면 같은 비용에 저장용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티보의 경우 현재는 퀀텀의 12GB 5.25인치 HDD 「빅풋」을 이용해 6∼8시간 프로그램을 기록할 수 있는 수신장치를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으나 차기버전으로는 20시간을 기록하는 2개의 HDD를 이용, 저장용량을 39GB로 늘릴 방침이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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