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김범수 LGEDS 사장

 「최고의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초우량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 실현.」 김범수 LGEDS시스템 사장이 그리는 올해의 청사진이다. 김 사장은 항상 「큰」 회사보다는 「좋은」 회사를 꿈꾼다. 『시스템통합(SI)회사가 무작정 커지기 위해서 덤핑수주를 일삼을 경우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수주경쟁의 승자는 온데간데 없고 손실로 멍든 업체와 국가경쟁력 부실만 남습니다. IMF는 바로 이같은 외형 중심의 사고가 부른 예견된 「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98년은 LGEDS가 그동안 줄기차게 밀어붙인 내실 위주의 사업경영을 확실하게 정착시킨 한해였다. 매출은 비록 전년 수준에 그쳤지만 경상이익은 26% 늘어났다. LG가 거둔 매출대비 경상이익률은 4.3%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IMF로 인한 수주격감으로 대다수 업체가 프로젝트 잡기에 급급했던 지난해 상황을 감안하면 LG의 순익경영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실경영은 궁극적으로 고객의 정보기술 선진화와 핵심사업역량 강화를 가져와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의 대부」로서 또 신임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으로서 그의 내실경영 방침은 SI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차근차근 초우량 IT서비스 회사를 만들어가는 김 사장의 구체적인 신년계획을 들어보았다.

대담:정복남 정보통신산업부장

 -98년도에는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지난해의 경영실적을 평가해 주시지요.

 ▲LGEDS시스템은 전체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3천9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수준에 머물렀으나 경상이익은 1백65억원으로 26%를 웃도는 큰 폭의 성장을 했으며 8백%가 넘었던 부채비율도 3백50%로 대폭 축소해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높였습니다. 이같은 실적은 IMF 이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수익성에 기반을 둔 내실경영을 과감하게 실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와 성장성이 높은 신규사업에는 아낌없이 투자한 반면 아무리 규모가 큰 프로젝트라도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은 아예 수주에 참여하지 않는 등의 극약처방을 감행했습니다.

 여기에다 본사 조직의 통합 및 사업부·영업부문으로의 이동을 추진했으며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과감한 외주를 통해 업무효율성을 제고한 것도 경영체질 개선에 커다란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영환경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공 SI부문 시장은 올 초반부터 회복되겠으나 민간부문 시장은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정부가 그간 IMF로 인해 보류됐던 정보화 투자를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기부양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면 일반 기업들은 아직도 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나 효율향상에 대해 명확한 목표의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물경제 부문의 전면적인 회복이 없는 상황에서는 정보화 투자를 또다시 보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회사는 올해 역시 일단은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내실경영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정보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정보기술을 활용해 매출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 경영목표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올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4.2% 신장한 4천억원으로 상정했으며 그룹계열사의 IT 선진화, 외부사업 강화, 재무구조의 지속적 개선, 사업역량 강화를 핵심 경영과제로 설정했습니다. 특히 매출분야에서 그룹 내 시스템관리(SM)보다 외부사업(SI)의 목표치를 높게 잡았습니다. 그동안 그룹계열사에 대한 IT서비스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국세청·대법원·특허청 등 그간 구축해온 대형 공공 시스템통합사업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노력한다면 외부사업에서 업계 최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또한 해외 유수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의 공공분야 진출도 모색하고 프로젝트 매니저(PM)와 산업별·핵심기술별 전문가를 집중 육성해 합작사인 EDS를 비롯한 선진업체들의 신기술과 경험을 조기 소화, 내부역량 강화에 힘써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해 LGEDS시스템은 순익 중심의 질 경영을 확고하게 보여줬습니다. 선도사업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전략은 무엇입니까.

 ▲우리 회사가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EVA는 매출에 치중하는 외형성장보다는 자산을 활용한 결과 얼마나 실속있는 사업을 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경영전략입니다. 물론 외형성장 위주의 저가입찰이 판치는 국내 SI시장 환경에서 이 제도가 전면 정착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EVA는 기업의 목표인 이익창출과 프로젝트의 부실화를 막는 경영방식이라는 것이 우리 회사를 통해 입증됐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단순패키지 제품판매와 같은 「백화점식」 사업이 장기적으로 주력분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패키지의 단순판매를 철저히 지양하고 고객의 경영전략 달성을 위한 종합적 정보시스템 서비스만을 지향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정보통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LG그룹도 SI 성격의 계열사가 몇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합작사 EDS와의 관계를 포함한 향후 구조조정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합작사인 미국 EDS와의 관계는 지난해 초 미국에서 가진 지분협상에서도 오는 2000년 말까지 현재의 지분과 동일하게 합작관계를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2000년 이후 양사간 합작관계는 향후 진행될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그동안 합작을 통해 축적된 선진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체계화해 LGEDS시스템의 경쟁력을 세계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LG 내 SI사업을 추진하는 몇개의 계열사가 있으나 서로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아 별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경영효율성을 위한 통합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고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올해가 지나면 새로운 세기로 진입하는데 LGEDS시스템의 21세기 비전을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이 「98년 국내 시스템통합 업체에 대한 전망 조사」에서 LGEDS시스템은 사업수행능력과 비전달성도 분야에서 최고의 업체라는 평가를 내린 데서도 잘 나타나듯이 품질·기술력·사업경험 등에서 우리 회사는 실력을 이미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21세기에는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한편 전세계의 우수인재를 적극 채용해 무엇보다 「최고의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초우량 IT서비스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다면 설명해 주시죠.

 ▲이미 지난 93년 태국 SGS사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진출의 문을 열었던 LGEDS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중입니다. 최근엔 대륭정밀의 필리핀·북아일랜드 현지법인에 ERP시스템을 구축했으며 LG그룹 차원에서 추진중인 인도의 「소프트웨어센터」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세청·대법원 등 자사가 수행한 공공프로젝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유럽시장의 공공분야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설립한 중국 북경의 현지사무소에 이어 유럽 등지의 현지사무소 개설을 추진중입니다. 특히 국내기업들의 해외 현지법인이 정보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전문업체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착안, 해외 우수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들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활동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SI업체의 사장을 역임한 남궁석 정통부 장관의 입각을 계기로 SI사업 환경개선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함께 정부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SI업체의 사장이었던 분이 정통부 장관으로 입각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며 국내 SI업계의 해묵은 과제였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고품질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가산정 기준을 반영한 예산이 책정돼야 합니다. 이는 SI업체간 과당 출혈경쟁을 방지하는 첩경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SI산업과 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마련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Y2k문제만 하더라도 서비스비용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제시되어야 하며 하자에 대한 명확한 책임기준이 없는 것도 적극적인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또 올해를 기점으로 활짝 열릴 아웃소싱시장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발주자와 SI업체가 상호 동반자 관계에서 장기적인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입니다.

 SI업계도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사의 기술역량 확보와 서비스 질 향상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가격경쟁을 통한 외형적 성장이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통해 주력분야를 약화시키기보다는 대형 시스템통합업체와 분야별로 우수한 협력업체가 연합해 사업을 수행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합니다.

<정리=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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