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지각변동"

종합유선방송법(종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케이블TV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케이블TV 업계에 동종 업종은 물론 업종 간의 대규모 기업인수 및 합병(M&A)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복수 종합유선방송국(MSO) 및 복수 프로그램공급사(MPP)로의 전환,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케이블TV 방송국(SO) 매입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어 케이블TV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MPP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동양그룹이다. 동양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투니버스가 작년 10월 이후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동아TV를 인수하기 위한 물밑 접촉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양그룹이 부도난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CTN과 바둑TV의 2대 주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MPP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동양그룹의 MPP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방송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투니버스의 한 관계자는 『동아TV 인수 타당성을 검토한 바는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연예오락채널인 HBS 역시 최근 음악전문 채널인 KMTV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BS의 한 관계자도 『인수를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나 현재 3백50억원에 달하는 KMTV의 부채를 해결할 방안이 없어 문제』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채만 해결되면 KMTV 인수를 통한 MPP로의 전환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MSO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주)경방이 대주주로 있는 한강SO의 「노원SO 인수설」은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이미 영업 및 AS인력 등을 통합,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조만간 사실로 확인되면서 MSO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서울SO와 은평SO 간의 M&A설도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업계는 황선욱 은평SO 사장이 서서울SO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등의 정황으로 미뤄 이들 업체도 한강·노원 SO와 비슷한 행보를 걸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중계유선사업자들의 SO인수도 종방법 개정을 전후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구로SO의 대주주인 아세아그룹의 경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SO 매각을 추진중인데, 현재 관내에 있는 금천유선·오류유선·구로유선방송 등 3사가 공동으로 인수를 위한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어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신토건이 대주주인 케이블TV 대구방송 역시 최근 중계유선사업자에게 매각됐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이에 대해 대구SO의 한 관계자는 『가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구SO를 현 한국유선방송협회장인 이인석씨가 운영하는 대구지역의 중앙유선과 남부유선이 공동으로 인수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F한파와 기업구조조정, 제도변경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표출돼 올 한 해 케이블TV 업계는 사상 유례없는 M&A를 비롯한 대대적인 변혁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