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전송 공방 "2라운드"

 케이블TV·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실시하고 있는 KBS·MBC 등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 재전송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이나 프로그램공급사(PP)들이 공조해 『국내 영상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중계유선은 물론 SO들에도 허용돼야 한다』고 맞받아 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7년 말부터 불어닥친 IMF 한파로 일부 SO들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그간 중계유선의 고유역할로 인식돼온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 재전송」을 보급형 채널에 묶어 방송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보급형 채널을 도입하는 SO가 늘어나자 중계유선사업자들이 「불법」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왔으며 SO들은 문화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면서 양측간 감정의 골이 패였었다.

 그러다가 정부와 국민회의가 지난해말 새 통합방송법 제정과 관련, 「중계유선을 SO화하되 시기를 2∼3년 유예하고 그대신 SO들의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 재전송문제를 해당기간 만큼 금지」하기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 논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당시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안」에 대해 SO들은 「수용 불가」를, 유선방송측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등 한때나마 양측간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갑작스럽게 법 제정을 3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이를 총체적으로 다룰 「방송개혁위원회」를 본격 출범시키면서 이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되짚고 넘어갈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 것이다.

 이처럼 사정이 급변하자 종전 「SO의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 허용」을 주장하던 SO들은 태도를 바꿔 「SO·중계유선사업 모두 금지」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한 반면, 줄곧 「SO의 지상파방송 녹음·녹화 불가」를 외쳐오던 유선방송사업자들은 「양 사업자 모두 허용」이라는 전혀 상반된 카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들 두 업계는 각각 자신들의 이같은 주장의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각각 『국내 영상산업의 발전 저해와 저작권법 저촉(최종수 케이블TV방송협회장)』 『규제철폐와 양 업계간의 공동발전을 위한 「양보와 타협」 차원(이인석 한국유선방송협회장)』을 들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케이블TV측은 주로 방송이 없는 낮시간대에 몰려 있는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가 금지될 경우 중계유선에게는 「직격탄」이 되는 반면 자신들은 이 시간대에 PP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어 「전면 금지」카드를 외치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하는 자세를 보였던 PP들이 SO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계유선측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이 문제에 대한 지루한 논쟁으로 여론이 악화돼 자칫 양 사업자 모두 「전면금지」되는 방향으로 치달아 손실을 입는 것 보다는 「동시 허용」카드를 제시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업는 편이 낫다고 보는 데다 내심 SO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가 허용돼도 중계유선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해 케이블TV·중계유선방송 업계에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지상파 방송의 녹음·녹화 재전송」 문제의 칼자루를 쥔 방개위 역시 이른 시일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방개위는 26일 열릴 공청회를 겨냥해 최근 발간한 「방개위 제1차 공청회자료」를 통해 「SO·중계유선의 무분별한 외국위성방송 재송신, 중계유선의 녹음·녹화 재전송 등으로 영상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고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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