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야 대응 방안

 「2000년 1월 1일, 감기로 입원한 5살난 아이가 병원에서 주사맞는 중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갑자기 죽었다. 조사결과 사고원인은 자동 약물주입기가 Y2k문제를 일으켜 95년생 아이의 나이를 95세로 잘못 인식하고 아이에게는 맞지 않은 양의 약물을 과다하게 투입함으로써 발생한 문제였다.」

 이같은 가상시나리오는 의료분야의 Y2k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의료기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 볼 때 Y2k문제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비, 법률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분야 Y2k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고 대비했다고는 하지만 2000년이 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했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그 결과는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대병원(원장 박용현)과 한국전산원(원장 박성득)이 공동 개최하고 전자신문사가 후원한 「의료분야 Y2k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온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 네트워크 엔지니어, 미국 의료분야 소송전문 변호사, 국내 시스템통합(SI) 전문가, 국내 변호사 및 의료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Y2k관련 법적 대응책 마련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의료분야 Y2k문제와 관련, 영미법상 발생 가능한 문제유형은 △잘못된 소프트웨어의 공급자에 대한 소송 △손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잘못된 소프트웨어를 수정할 기회와 책임이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당사자에 대한 소송 △Y2k문제를 고지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당사자에 대한 소송 △Y2k문제로 인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할 계약을 위반하게 된 당사자에 대한 소송 등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당장 법률적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는 것이 환자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Y2k문제가 발생한 의료기기를 생산한 업체나 의료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우선 환자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대표적으로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인데, 의료기기 및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으로 인해 진단·처방·투약·수술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병원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 법률상의 판단이다. 따라서 Y2k로 인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 입장에서는 병원의 책임자들이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의료사고와 관련한 대응방안은 우선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Y2k문제 해결과 병행해 2000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는 Y2k에 취약한 의료기기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입원환자를 제외한 일반적인 환자는 퇴원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래환자와 달리 입원환자는 Y2k문제로 인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2000년 1월이나 2월에는 가능한 한 수술예약을 잡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시기는 Y2k문제로 인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므로 수술예약을 했다가 수술을 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했다면 손해배상 청구의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의 설명의무가 매우 중요하므로 의료행위에 들어가기에 앞서 Y2k문제로 인한 위험가능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가능하면 이를 문서화하여 소송 발생시 입증자료로 삼아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의료기기 및 소프트웨어 생산업체와 관련한 대응방안으로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도입할 때 생산 및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Y2k문제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보증을 받아야 유리하다.

 이와 함께 의료행정 담당자는 Y2k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하고 이 과정을 이사회 등에 보고함으로써 공식문서화해야 한다. 불리한 내용의 자료와 전자우편 등 향후 소송에 불리한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외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Y2k 평가를 받는 것도 좋다. Y2k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후 소송에서 중요한 방어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률전문가를 통해 병원내 계약관계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가능하면 Y2k 면책조항을 삽입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Y2k문제 발생시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는 Y2k관련 보험상품이 없지만 미국에는 Y2k관련 책임보험상품이 다수 생기고 있는 추세이므로 필요하다면 한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Y2k관련 피해를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이들은 제시하고 있다.

 의료분야 Y2k문제와 관련, 삼성 Y2k지원팀 이철행 박사는 『효율적으로 Y2k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의료업계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며 『공급사 제품에 대한 Y2k 정보 공개 및 해결책 제시 의무화 등 법·제도적 지원과 함께 Y2k관련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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