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이다」 싶으면 일단 판권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총판간 과당경쟁, 유통사간 물물교환·덤핑판매가 다반사였던 PC게임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수요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발생한 중견 유통사들의 연쇄부도, 잡지 번들경쟁 등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게임업계는 「넘기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유통관행이 「제살깎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게임 제작·유통업체의 노력은 「서점유통」의 확산으로 대변된다.
지난해 신생 유통사를 중심으로 퍼진 서점유통은 최근에는 중견 제작사들까지 속속 참여, 현재 10여개사의 게임 20여종이 서점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서점수는 모두 1만5천개 안팎으로 파악되는데 게임업체들은 서적총판을 거쳐 각각 3천∼5천개의 서점에 게임을 공급하고 있다.
서점유통은 반품을 1백% 보장해야 하고 자금회수에 통상 3개월 정도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또 마진폭도 총판유통에 비해 줄어들지만 서점이 게임판매점의 하나로 정착되면 「박리다매」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PC통신과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는 직판영업의 한 형태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온라인 판매는 소매점이 없는 지방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는데 다양한 정보와 함께 서울 용산상가 가격(우송료 별도)에 공급하고 있어 지방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삼성전자·게임마트·영프로마트·씨마트 등 10여개 제작·유통사가 PC통신이나 인터넷 서비스망을 통해 게임을 판매하고 있으며 동서게임채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자사의 게임을 판매하고 있다.
동서게임채널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량은 아직 월 5백 카피 안팎에 불과하지만 회사 이미지 제고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B&T라는 게임유통회사는 인터넷사이트(http://www.game21.com)를 통한 본격적인 전자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터넷사이트를 게임과 관련된 모든 품목을 취급하는 사이버 게임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방침 아래 고객을 대리점과 일반소비자로 구분, 패스워드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시스템까지 준비했다.
올해로 10년째 게임유통을 하고 있는 김재원 사장은 총판이나 중간유통상의 어음부도로 연쇄타격을 입은 경험을 상기하며 『인터넷사이트를 우선 지방 도·소매점과의 거래수단으로 정착시킨 다음 매장재고와 물류관리까지 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유통시장의 변화에 대해 게임개발사들도 장점이 많다며 환영하고 있다.
KGR소프트의 박지훈 사장은 『게임을 공급할 판로가 많아지고 게임 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결과적으로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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