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급류타기-정보시대 문규학 사장

 『계곡물은 여름에도 가슴이 철렁할 만큼 차갑죠. 실수로 물에 빠졌다가 다시 배에 올라오면 햇살이 또 작살처럼 내리꽂힙니다. 몸이 물에 젖었다 다시 마르기를 몇 번하고 나면 어느덧 세시간의 급류타기가 끝나고 얼굴은 까맣게 그을립니다. 래프팅이야말로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죠.』

 정보시대 문규학 사장(36)은 래프팅(Rafting) 예찬론자다. 래프팅은 원래 「나무로 엮은 뗏목타기」. 서부개척기의 카우보이들은 미지의 땅을 찾아 강을 건넜다지만 요즘 사람들은 스릴과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 급류타기에 나선다. 뗏목 대신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골짜기를 따라 물살을 가르는 것. 지난해 문 사장은 콜로라도강을 비롯해 러시안강, 알칸소강 같은 미국의 래프팅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아주 시원하고 짜릿한 여름휴가를 보냈다.

 문 사장이 이처럼 마음껏 래프팅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에서 일했기 때문.

 그는 첫 직장이었던 삼보컴퓨터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 드럭셀대학에서 MBA를 마친 후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에서 투자조사역으로 활동하다가 정보시대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실리콘밸리는 잠들지 않는 도시죠. 벤처업체들만 첨단기술의 메카에서 무한경쟁을 벌이는 건 아닙니다. 투자은행들은 돈줄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로드쇼를 벌이죠. 펀드가 형성되면 투자업체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제너럴 파트너들도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생존율이 희박한 실리콘밸리의 정글에서는 누구나 자칫 잘못하면 파산선고를 하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여름 휴가철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스포츠를 찾게 되더군요. 그게 바로 래프팅이었습니다.』

 처음 래프팅을 떠난 곳은 콜로라도강이었다.

 길이 14피트, 폭이 6피트 정도에 바닥이 납작한 8인승 고무보트에 올랐을 때만 해도 문 사장은 느긋했다. 남들이 구명조끼에다 헬멧까지 쓰고 강을 따라 노를 젖는 모습이 쉬워 보였기 때문.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맨 앞에 앉은 리더가 첫번째 급경사가 왔다고 주의를 주는 순간 몸이 붕 떴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배는 온데 간데 없고 몸이 물 속으로 푹 떨어지는 겁니다. 눈도 못 뜰 정도로 거센 물살이었죠. 몇 초간이지만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문 사장은 틈만 나면 동료들과 래프팅을 떠나는 마니아가 됐다. 급류타기를 좋아하는 건 단지 스릴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정보사회라는 물살을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팀워크를 키우는 데도 더없이 좋은 스포츠이기 때문.

 『조정수의 지시에 따라 좌·우측 조원들이 일치된 동작으로 노를 저어야 합니다.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반드시 배가 돌거나 가장자리로 튕겨 나가죠. 급류를 어디서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함께 고생하고 나면, 평소에 어색했던 동료에게도 어느덧 마음을 열게 됩니다.』

 올해는 정보시대 식구들과 한탄강이나 홍천강을 찾아 급류타기를 즐기고 싶다면서 문 사장은 겨울의 한가운데서 벌써 여름을 얘기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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