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방송기술인연합회장
『방송계에서는 「방송기술인」이라면 전문가로서 보다는 기능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도 매우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 그동안 방송 제작분야에서 스탭 정도로만 여겨졌던 방송기술인에 대한 인식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연합회는 방송기술인이 전문가로서 정당하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방송기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개발에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 설 계획입니다.』
각 방송사들의 기술인과 연구개발 인력 등이 주축이 돼 이뤄진 방송기술인연합회 허윤 회장은 올해는 방송기술인에 대한 방송계 인식과 방송기술인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새해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방송이 디지털화되면 방송기술인들이 기여해야 할 부분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아날로그 시대에는 방송기술인들이 첨단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고 방송기술인조차 기술분야를 일종의 외인부대로 인식해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었지만 이같은 사고방식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방송기술은 더 이상 기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동안은 PD나 연출자들이 방송기술을 전혀 모르더라도 지장이 없었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기술인과 제작자간에 긴밀한 협조체제가 있어야만 품질 높은 방송이 가능하다』며 방송기술인과 제작자 또는 경영진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방송의 각 기능간 의사소통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방송기술인들의 전문성 제고에 특히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합회 주관으로 매년 실시되는 방송장비 및 기기전시회(KOBA)의 격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쓸 생각이다. 세계적인 전시회인 NAB에는 못미치지만 KOBA를 전문전시회로 육성, 방송기술인들이 단순히 전시회에 참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분야에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특정분야를 전시회의 테마로 선정해 기술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방송기술에 관한 세미나 개최와 정책 제언 등을 통해 기술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방송기술인들의 해외전시회 참관 등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한다.
허 회장은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계를 둘러싼 기류가 워낙 빠른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방송의 실시, 송신전담회사 설립 주장 등이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 없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안들은 방송계는 물론 시청자들의 방송주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정부나 방송계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방송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기획·제작·송출 등 기능의 분리문제 역시 효율성 측면과 방송의 문화 및 산업적 측면을 주도면밀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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