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최근 정부 주요기관을 대상으로 한 Y2k 대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의 밀레니엄버그 대응력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감사원의 발표자료를 요약해보면 지난해 10월부터 2달간 정보통신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의 Y2k 대책에 대한 감사 결과, Y2k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체제 부실과 느슨한 대응일정, 전문인력 부족 및 문제해결률 미진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 특히 이번 감사 결과,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 보고된 정부 부처의 Y2k 해결 진척률이 사실과 다르게 보고된 것으로 밝혀져 관계자들은 물론 그동안 Y2k문제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던 일반국민들까지 아연케했다.
이는 곧 그간 정부가 수립해온 Y2k문제 대책의 실효성을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조차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까지 약 30%의 진척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공공기관의 Y2k문제 해결은 감사 결과 20% 수준 남짓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처럼 Y2k문제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운 대책이 오죽하겠느냐는 시각이다.
특히 당장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간산업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도 감사원의 지적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발전 및 송배전 등 국가기반분야에서 Y2k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당장 내년 1월 1일 0시부터 발전이 중단돼 국가 및 사회전반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또 통신두절, 공항·항만기능 정지 등 예견되는 혼란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토대로 한국수자원공사의 10개 댐 등 18개 발전설비에 대해 Y2k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통보했으며 한국전력·에너지관리공단·한국통신·한국가스공사·대한송유관공사·해양수산부·대전광역시 등 8개 기관에 Y2k 영향평가 및 이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신속히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소프트웨어업계의 한 전문가는 『감사원의 지적대로라면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보유설비가 Y2k문제의 영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상대비책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최악의 경우 국가발전량의 48%를 담당하는 원전의 발전중단 상태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99버그로 인한 문제가 실제로 병원을 비롯한 국내 공공기관 등에서 잇따라 발생되고 있는 와중에 터져 나온 감사원의 이 같은 발표가 던져준 충격파는 예상보다 컸다.
이번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놓고 그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Y2k문제를 총괄해온 정보통신부는 물론 해당 부처관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감사원의 조사방법에 문제가 적지 않다』 『하느라고 했는데 너무 한다』에서부터 『이런 식의 감사원 지적은 문제해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문제를 더 발생시킬수 있다』는 등 강도높은 발언도 나왔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Y2k문제에 대해 애써온 자신들의 노력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짙게 배여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관계기관간의 「창과 방패」식의 논리보다는 실제로 국내 Y2k 대응수준이 진짜 어느 정도이냐다. 한마디로 일반국민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은 「Y2k문제의 현주소」인 것이다.
지난해말 세계적인 IT조사업체인 가트너그룹은 우리나라를 Y2k문제 해결과 관련해 2등급 국가로 평가했다. 이는 시스템 한 대당 밀레니엄버그가 나타날 가능성이 무려 33%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를 좀더 확대해석하면 10곳의 국가 주요시설 중 3곳이 내년에는 잠시나마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감사원의 지적과는 상관없이 이미 우리나라 Y2k문제의 현주소는 국제적으로 위험지대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할 때 이처럼 Y2k문제에 노출된 국가와 거래를 원하는 해외업체는 많지 않다. 최근 해외에서 국내 거래기업에 쏟아지고 있는 Y2k문제 확인·인증 요구는 바로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최근 정부는 강도높은 처방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금융·원전 등 10개 분야에 국한된 컴퓨터 2000년 표기문제(Y2k) 중점관리대상분야에 환경·여객안전·수자원 등 3개 분야를 추가하고, 정보통신부 산하에 차관직속 「Y2k 상황실」을 설치, 매월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 해결 추진상황을 직접 점검키로 했다.
14일 오전 김종필 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보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이 같은 대책은 부처별로 조목조목 구체적인 문제점을 열거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했다는데 전에 없는 처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Y2k의 사각지대로 지적돼온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청이 앞장서 중소기업진흥공단·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으로 「Y2k 종합지원반」을 구성하는 한편 지방중소기업청에 「Y2k 현장지원반」을 구성해 Y2k문제에 적극 대응토록 했다. 또 중소기업에 확인서 발부, 자금지원 우대, KS마크 등 품질인증시 가산점 부여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 중소기업들의 Y2k문제 조기해결을 유도키로 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로 증폭된 Y2k 불안감이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으로 어느 정도 진화돼 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탁상행정의 구두선 정책으로 그칠 경우 「Y2k 대응 현주소」 논란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그로 인한 국가 신인도 저하와 무역분쟁 폭발 등 역시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2000년까지는 불과 11개월 남짓 남았다. 이미 Y2k문제는 99버그 등 변종을 통해 우리 주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차원에서 「시간과 비용」을 무기로 한 Y2k문제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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