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지식기반경제에 관한 논의가 많이 있는데, 이처럼 지식의 축적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내용은 19세기부터 경제학자들에 의해 추론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이 정교하게 이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스탠퍼드대학의 폴 로머(Paul Romer)와 같은 신성장론자(New Growth Theorist)들에 의해서다. 이들은 과거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본투입에 따른 수확체감적(Decreasing Returns to Scale)인 생산함수모형을 초월하여 지식이 투자의 수익을 증가시키고 또 투자수익 증가는 지식의 축적을 가져와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경제모형을 제시한다. 이는 이후의 여러 실증적인 분석에 의하여 대체로 타당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90년대에 들어 경제학계에서는 지식기반경제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게 된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98년 세계은행의 연차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주제가 논의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지식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OECD보고서에서는 지식에는 「know-what」과 같은 지식과 「know-how」와 같은 암묵적 지식이 있다고 정의한다. 또한 OECD는 최근 정보기술이 「know-what」과 같은 지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발전되어 왔는데, 이제는 역으로 정보기술과 통신망의 발전이 이러한 지식을 코드화하고 전파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최근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러한 지적활동에서 핵심적인 지식의 창조, 축적 및 유통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기술혁명은 90년대 들어 인터넷의 보편화로 극치에 달하고 있다. 즉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정보기술혁명으로 지적활동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되었으며, 지식의 생산과 거래비용이 지극히 저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기술혁명하의 지식기반경제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OECD 등의 제반 보고서 및 미국 정보기술과 관련된 정책자문서 등은 공통적으로 정부 차원의 정보기술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의 확대, 통신망의 고도화와 이에 대한 접근성의 확대, 국민의 정보기술교육 확대 등을 들고 있다.
즉 국민이 점차 코드화되어 저장되는 지식에 접근하고, 이러한 지식을 쉽게 다루고 처리하여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역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기술의 최대 선진국인 미국은 어떤 정책을 가져왔는가. MIT대학의 마이클 더투조스(Michael Dertouzos)가 쓴 「What Will Be」라는 책은 미국의 정보기술 개발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즉 60년대 중반 미 국방부의 고급연구 프로젝트 기관인 ARPA는 MIT·스탠퍼드·카네기멜론대학 등에 장기적으로 시분할(time division) 컴퓨터 연구를 주문한다. 그리고 대형컴퓨터를 여러 대학 등 연구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킹에 관한 연구를 시도하여 인터넷의 기초기술을 확보한다.
그밖에 ARPA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프로그래밍언어·OS·가상기억·보안시스템·병렬컴퓨터·분산시스템·음성인식컴퓨터시스템 등 숱한 연구를 지원한다. 더투조스는 오늘날의 컴퓨터 과학과 기술의 주요 혁신 가운데 ARPA투자의 비중이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추정하고 있고 투자의 수익률은 수십만%에 달한다고 단언한다.
한편 최근 들어 미국은 91년 고성능 컴퓨팅과 컴퓨터통신을 위한 HPCC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93년 국가정보기반(NII) 구축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91년 이후 연방정부의 정보통신분야 연구개발을 위하여 매년 지속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차세대 인터넷(NG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8년 8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NSTC) 산하의 컴퓨터·정보·통신을 위한 국가조정위원회(NCO/CIC)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보고서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즉 연방정부의 정보기술 연구개발 투자가 불충분하고 지나치게 단기적인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80년 이전에는 정보통신부문에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이 거의 없었으며 90년대에 들어 비로소 통신서비스부문의 면허비용 등을 정보통신 기술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연구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여 이제야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98년 발표한 「새로운 창조자」라는 보고서에서도 나타나 있다.
지난 82년부터 91년까지 우리나라의 정보기술부문 미국 특허는 총 2백28건에 불과하였는데 92년부터 5년간 특허건수가 1천6백29건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최근 들어 정보기술 특허에서 영국과 독일을 초월하고 정보기술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동 보고서는 대만·인도·이스라엘 등을 우리의 경쟁자로 지목하고 있다.
OECD에서는 정보기술이 타 산업에의 기술파급 효과가 가장 큰 산업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정보기술의 발전이 타 산업의 발전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옴을 지적하고 있다. 더투조스도 지적한대로 『정보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은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였던 엄청난 수확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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