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환율 "비상 경계령"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에 환율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연말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달러대 원화 환율 급락 추세가 올 들어 더욱 심화, 1천1백50원대로 떨어지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주요 PCB업체에 환율비상 경계령이 발동한 것이다.

 대덕전자·대덕산업·삼성전기·LG전자·코리아써키트·이수전자 등 주요 PCB업체들은 지난해말 1천3백원대의 환율을 기준으로 올해 수출전략을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천3백원대 환율이면 지난해에 버금가는 수출실적 달성은 무난하고 최소 1천2백원대는 유지돼야 수출전선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이들 PCB업체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연초 들어 원화 환율이 1천1백50원대로 급락하면서 PCB업체들의 수출전략은 이제 재조정이 불가피해졌고 일부 업체는 올해 사업전략을 전면 재수립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

 대기업 PCB업체의 한 임원은 『신년 인사차 주요 세트업체를 방문, 올해 사업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이슈는 「환율」이었다』고 밝히면서 『환율이 이처럼 하락할 경우 상당수 세트업체들은 수출을 포기하거나 적자수출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세트업체의 경우 환율하락에 따른 제품 경쟁력 약화를 보전하기 위해 PCB업체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에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PCB업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PCB업체 사장은 『지난해 1천3백원대에 맞춰 직수출 단가를 책정해 두었는데 이제 이를 1천1백50원대로 끌어내리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하면서 『물량이 적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은 직수출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들어 국내 PCB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는 바이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럽 및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산 PCB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 거래처를 대만·중국·동남아 등지로 전환할 뜻을 내비치면서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PCB업체 거래처를 공략하고 있는 대만 PCB업체의 경우 국산 PCB의 80%선 정도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대만 PCB업체들이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BVH(Blind Via Hole)기판·램모듈기판·BGA(Ball Grid Array) 등 고난도 기술을 요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PCB를 본격 생산하지 않아 상반기에는 우리의 경계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대만 업체가 지난해 이 분야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 올해안에 주요 세트업체로부터 제품 공급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부터는 해외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한 PCB업체 관계자는 설명하면서 『환율하락이 지속되면 국내 PCB업체들은 채산성 악화와 대만의 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는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이제 원가절감을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중견 PCB업체 사장은 지적하고 『이제 수출을 포기하느냐 혹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출을 해야 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하려는 정책을 펼칠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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