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 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에 올 한해는 1백10년의 통신역사를 접고 새로이 시작하는 문자 그대로 전환기라 할 수 있다. 비수익사업 철수, 투자축소, 대대적 감원 등 사상 최대폭의 구조조정작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한해다. 국내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사업부문이 무차별 시장경쟁체제에 노출돼 있고 조만간 이루어질 시장개방체제 속에서 외국 거대기업과 한국시장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한다. 한국통신은 올 한해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전략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지난해가 생에 가장 어려운 해였다"는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을 만나 기묘년 새해의 사업구상을 들어보았다.
대담:정복남 정보통신산업부장
-지난해 한국통신은 1만5천명의 감원, 슬림화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 등 지나치다 할 정도의 경영혁신을 추진했던데요.
▲90년대 중반 이후 통신시장의 개방과 경쟁, 경제위기는 국내 통신시장과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거와 같은 사고와 경영방식으로는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은 IMF 이전부터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Zero Base) 상태에서 다시 출발하고 새롭게 짜맞추는 개혁 프로그램을 수립, 강력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IMF는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더이상 늦출 수 없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통신은 정부의 구조조정과 연계하여 사업구조 재편, 조직슬림화, 인력구조 정예화를 위한 1만5천여명의 감원, 전화국 통폐합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디입니까.
▲일련의 구조조정작업은 현재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기본틀을 마련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현재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은 「모든 사업을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과 이를 위해 「조직과 인력·사업을 슬림화하고 재편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모든 것이 완료되는 2002년에는 매출액 15조원, 당기순이익 1조1천억원을 달성하여 세계 10대 통신사업자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사업 정리가 너무 과감했다는 지적도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해외사업 추진방향은 어떻게 잡았습니까.
▲해외사업 역시 경영혁신 차원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력사업과 연결관계가 약하고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정리했습니다. 멕시코 미디텔사업과 캄보디아 TRS사업 전면 철수, 일본 KSB사업 경영권은 이관을 완료했습니다.
앞으로도 해외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베트남·몽골 등 수익성 증대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또 국제통신시장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주요거점에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해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올해는 새로운 1천년을 준비하는 해입니다. 기묘년에 중점을 둔 경영계획은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99년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해야 하는 소중한 한해입니다. 올해 한국통신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계획으로는 우선 지식정보산업 기반구축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요체인 고도화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사업자들과 손잡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는 한국통신의 미래 수입원이 될 멀티미디어서비스 제공의 전제이기도 합니다.
둘째, 사업 및 경영구조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통신은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래시장에서 수익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데이터통신, 인터넷·전자상거래, 무선사업과 같은 미래지향적이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해외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건전한 해외자본과 경영기법을 도입, 선진경영의 기본틀을 완성하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셋째, 한국통신은 99년을 「고객만족 원년의 해」로 정했습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편리하고 값싼 서비스와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요금제도 또한 선택요금제와 같은 고객지향적인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사용자 위주로 된 대부분의 고객·요금·시설관리시스템 등도 고객중심 구조로 완전히 전환시키는 「통합고객정보시스템(ICIS)」을 가동,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
-오랜 숙원이었던 증시 직상장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발맞춘 새로운 경영방향이 준비됐을 텐데요.
▲한국통신 주식이 93년 일반인에게 처음 공모된 이후 5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23일 증권거래소에 직상장되었습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증시 활성화의 촉매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통신 주식을 선매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는 양상마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식 직상장을 계기로 한국통신은 대표적인 상장기업에 걸맞게 주식가치 극대화를 위한 투명경영과 수익성을 최우선시 하는 경영을 중점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비용·저효율의 사업구조를 타파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특단의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엔 한국통신의 투자축소로 교환기 등 장비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새해에는 투자가 좀 늘어나는지요.
▲98년 초기투자 규모는 2조5천5백억원으로 97년보다 축소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는 국내경기 침체와 경쟁심화 및 이동통신에 의한 시장잠식 등 시장환경을 감안해 투자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무선시장 급성장에 따른 유선시장 침체로 매출증대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내적으로도 구조조정 비용발생, 주식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와 2002년 부채비율 1백% 이하 유지 등 경영혁신 목표달성을 위해 긴축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경영여건 하에서도 한국통신은 99년도 설비투자 규모를 2조5천6백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성장이 기대되는 데이터통신과 초고속 통신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특히 급증하는 PC통신과 인터넷 통신수요 충족을 위해 종합정보통신망(ISDN)시설 대량공급, 교환기 디지털화 및 PC통신망 확충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한국통신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부여된 정보대국 건설을 위한 정보화 과제를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한국통신은 7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창조적 지식기반국가 건설」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통신은 이를 위해 통신망과 플랫폼을 제공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정보제공사업자(IP) 및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별도의 네트워크 구축 없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통신인프라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99년에는 통신망 구축 투자비 중 약 33% 수준인 6천9백억원을 데이터통신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ATM교환망 등을 통해 전국 3만여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초고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2백50만 인터넷 이용자 및 4백50만 PC통신 가입자의 서비스 이용환경을 ISDN과 대용량 PC통신 처리장치로 대폭 개선해 일반국민이 고속의 인터넷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6대도시에 건설되는 신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는 광케이블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Y2k문제가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통신시설의 Y2k문제는 사회기반을 무너뜨릴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해결방안이 있는지요.
▲99년은 Y2k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해입니다. 한국통신은 총 1천7백30억원을 투자해 금년 상반기에 문제해결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한국통신은 두차례에 걸쳐 전국에 산재한 많은 종류의 시스템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전체 시스템 중 약 30% 정도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문제해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TDX 계열의 교환기는 자체 기술력으로 문제를 완전 해결해 현재 현장에 적용중이며, 외국산 일부 교환기종의 경우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사업자와 비용협상을 마무리하고, 현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통신사업자와도 적극적인 협력체제를 이끌어 올해 안에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도록 하고,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정보를 중소기업과 관련기업에 제공해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계획입니다.
-통신사업자간 경쟁체제가 올 한해도 핫이슈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공정경쟁 환경조성과 관련, 한국통신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오는 4월 시내전화경쟁을 계기로 모든 통신서비스분야가 전면 경쟁체제가 되면 정부는 경쟁체제의 활성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통신은 이러한 정부의 경쟁정책을 적극 수용, 과거와는 다른 강력한 공정경쟁 실천방안을 마련, 실시하고 그 내용을 정기적으로 대외에 공표할 예정입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시내전화부문의 시설과 서비스 제공 및 운영에 있어 엄정한 중립성을 유지하고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변경등록의 공정성을 확보하며, 역무별 엄격한 회계분리 실시로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정경쟁에 대한 부서별·사원별 책임제를 도입, 시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경쟁 정착은 어느 특정사업자만의 노력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모든 사업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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