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등에 떨어진 "Y2k문제"

 컴퓨터 2000년(Y2k) 표기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이미 예고된 바 있지만 새해 벽두부터 Y2k의 일종인 이른바 「99버그」 문제가 발생, 전세계를 아연 긴장시키고 있다.

 「99버그」란 연도 및 날짜를 6자리로 표기하는 프로그램에서 컴퓨터가 끝자리의 「99」를 연도가 아닌 에러메시지로 인식, 컴퓨터 작동을 중단하거나 전체 컴퓨터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올 들어서 스웨덴·싱가포르 등지에서 발생했고 국내에서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1899년생 할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40여명의 환자기록이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류에게 대재앙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Y2k 문제가 2000년이 미처 오기도 전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컴퓨터의 연도인식 오류로 인한 오작동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에 다름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1년 앞두고 이처럼 세계 각국은 벌써부터 20세기의 마지막을 마감하는 통과의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해결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느긋해하던 국가들도 새해 들어 『Y2k를 해결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는다』는 위기감 속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Y2k 문제의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Y2k 문제에 대응해 오다 지난 97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새해부터 Y2k 퇴치를 위한 「초읽기」에 돌입했다. 정통부는 지난 4일 Y2k 인증업무를 전담할 「인증센터」를 설립, 가동에 들어갔다.

 또 Y2k를 해결하지 못하면 남·북한간에 미사일 오발이나 조기경보체제 오작동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핫라인 개설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서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Y2k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아직도 미적지근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Y2k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하고 안이한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요 공공기관과 대기업 및 금융권 등은 이미 Y2k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진척정도나 문제해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들이나 공장자동화기기 등 비전산분야는 Y2k 대책마련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중에서도 중소기업들의 경우 자금난 등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전산·비전산시스템에 대한 Y2k 대응방안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교적 넉넉한 시간을 갖고 Y2k 문제에 대처해 이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발표한 공공기관이나 금융권도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거나 검증작업을 거친 결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받은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주요 기간통신사업체들 역시 Y2k 문제에 소홀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말 정보통신부가 한국통신과 데이콤·SK텔레콤·신세기통신 등 4개 기간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Y2k 문제해결 진척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말 현재 이들 4개사의 평균 진척도는 36.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기간인프라사업인 통신시설에서 Y2k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통신이용에 불편을 주게 될 뿐만 아니라 금융과 행정 등 국가사회 전반의 정보시스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높은 탓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Y2k 문제는 연내에 꼭 해결해야만 하는 시급한 과제다. 우리는 뒤늦게 Y2k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이의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비상계획을 수립,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시간에 쫓겨서는 효과적으로 Y2k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 또 Y2k 감독기관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눈속임으로 해결률을 발표해서도 안될 시점이다. 이에 대한 좀더 근본적이고 신속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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