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구조조정 등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업 개혁작업이 올들어 점차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기업개혁의 한가운데는 항상 삼성전자가 자리잡고 있다. 외형으로는 우리나라 올 한해 예산의 4분의 1, 국내 전체 수출의 10%인 1백30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선두기업으로 당연히 개혁의 주체이면서 또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삼성전자가 21세기를 1년 앞두고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밀레니엄이 바뀐다는 것은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것은 기업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요구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새해를 맞는 소감을 밝혔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선두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삼성전자 윤종용 사장을 양경진 가전산업부장이 만나 올해 사업구상을 들어봤다.
대담:양경진 가전산업부장
-지난해 삼성전자는 가장 어려운 한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지난 한해를 회고하신다면.
▲창사 이래 가장 어려웠던 한해였습니다. 나라 전체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삼성전자도 외형 성장에서 탈피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매달렸으며 임직원들 또한 한번 입사하면 평생을 보장받았던 고용관행이 붕괴되면서 적지 않은 충격과 불안을 경험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려웠던 만큼 보람 또한 큰 한해였습니다.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 및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재무구조의 견실화를 통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20조원(연계매출 포함 24조7천억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실제 사업분야 및 조직에 대한 경영합리화, 서비스·물류·유통·총무지원 등 분사로 몸집을 줄였으며 한국HP 지분매각, SMS-IgT사 매각, 전력용 반도체 매각 등으로 구조조정 재원을 확보하고 수출비중을 높여 수출주력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였다고 자부합니다. 또 경쟁력 있는 삼성 고유제품의 개발로 외산제품에 대한 대응과 함께 컬러TV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혐의를 완전히 벗고 8년 만에 직수출을 재개한 것도 지난 한해 커다란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새해를 맞는 각오와 올해 경영방침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세계 전자산업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급격한 가격하락과 함께 단품이나 하드웨어사업보다는 소프트웨어·서비스·시스템사업에서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요구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새로운 경쟁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한 위기도 단순한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그동안 고도성장의 체질에 길들여져 산업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올 한해는 이러한 경영변화와 전자산업의 추세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기 위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 맞게 사업구조와 체질을 바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를 「21세기 도약을 위한 기반구축」의 해로 설정해 과거 2년간 지속해온 경영혁신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달러당 1천원의 환율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체질을 정착시키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추어 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경영혁신을 가속화해 미래경쟁력을 배가하고 견실한 경영체제를 구축하며 디지털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력 배양을 세부 경영방침으로 책정,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올해 매출계획과 역점사업은.
▲올해 매출액은 21조원(연계매출 포함 25조3천억원)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최근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한 해외사업장에서 큰 신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출은 지난해 1백억달러에서 다소 늘어난 1백1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지역의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상품화 전략과 수출품목을 다양화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나갈 작정입니다.
올해 역점사업을 꼽으라면 반도체부문에서 메모리 1위 고수와 시스템LSI사업 고도화, 정보통신부문에서 CDMA단말기 및 시스템사업과 프린터사업, 정보가전부문에서 디지털기기의 조기 전략사업화 등일 것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에는 또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장기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삼성전자는 2005년의 비전을 「디지털 기술융합과 시장발전을 주도하는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저는 99년과 2000년이 단순히 해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밀레니엄이 바뀐다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스스로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술과 제품·사업구조·고객 등 모든 것이 변화하며 이같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대표적인 변화로 디지털시대의 개막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이같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기술과 가격에서 글로벌 마켓을 선도하는 회사, 경영의 기능별로 최적의 프로세서를 보유한 회사,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회사 만들기를 중장기 목표로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기 전략과제로 한정된 자원과 경영력을 메모리·시스템LSI·이동통신·네트워크·디스플레이·정보기기 등 초일류사업 및 핵심분야에 집중하고 사양사업이나 적자사업에 대한 과감한 퇴출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기술 및 마케팅분야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네트워크시대에 대응한 마케팅력 확보와 적기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선행제품 개발과 표준화기술 및 원천기술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현장 중심의 경영체제로 스피드 있는 경영을 한다거나 고객지향의 새로운 문화정착을 통해 개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장 앞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앞으로 구조조정 계획과 추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삼성전자가 직면한 대내외적인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가치창조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기생존대책과 함께 지속적인 사업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은 종합전자회사에서 전문회사 구조로 전환해 그동안 백화점식 사업범위에서 소수 핵심전략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핵심전략사업에 경영자원 및 경영력을 집중하고 비주력사업 및 한계사업의 매각과 합작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철저한 수익 위주의 경영을 통해 사업별 경영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특성 및 경영성과에 따라 제반 제도를 차별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사업구조는 반도체·정보통신·디스플레이기기 및 미래 핵심부품사업으로 재편해 사업성격에 따라 자원투입 우선순위를 차별화하고 내부적으로는 분사 및 제조부문의 사외이관을 통해 사업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간 빅딜에 전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습니다. 빅딜이 국내 전자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빅딜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의 하나입니다.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국가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빅딜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조정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빅딜에 따른 영향은 아직 빅딜 자체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나중 기회에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소문이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사실 가전사업부문은 지난해부터 강력한 구조조정 대상이었고 올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전사업은 삼성전자의 모태사업이며 지금까지 성장·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 대표사업으로, 현재도 전사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컬러TV나 VCR·백색가전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익 위주의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일부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에 대해서만 분사 및 제조부문의 사외이관 등을 통해 수익력을 극대화할 생각입니다. 오히려 디지털TV·DVD플레이어 등 디지털기기 및 핵심부품사업 등 차세대 디지털가전분야에선 사업의 추진기반을 강화하고 조기 전략사업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IMF로 인해 수출을 포함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과 해외사업장에 대한 경영전략을 말씀해 주시죠.
▲자가브랜드를 대상으로 추진해왔던 제값받기 및 일등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백색가전제품의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HDD·ROM 등 세트성 부품수출을 30% 이상 늘리며 선진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입니다. 해외사업장도 본사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입니다. 이미 현지완결형 책임경영체제가 도입된 만큼 해외사업장도 법인별 관리방법 및 평가·자원배분 등을 차별화하는 한편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법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조정이 완료되는 내년 이후에는 전 해외사업장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년 동안 삼성전자 사장을 맡으면서 다가오는 21세기에도 삼성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경영의 틀을 짰다는 데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힌 윤 사장은 올 하반기 전기업에 대한 재무평가가 실시될 경우 삼성전자의 탄탄한 재무구조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으로 가득찰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리=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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