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유로(EURO)화가 공식적으로 유통된다. EU의 15개 회원국들이 통화통합을 추진한 지 20여년만이다.
유로화 유통을 주도하게 될 유럽통화연합(EMU:European Monetary Union)에는 당초 통화통합 추진에 참여했던 영국·덴마크·스웨덴·그리스 등 4개국이 빠진 채 독일·프랑스를 비롯, EU 11개국이 가입돼 있지만 EMU 출범은 사실상 세계 최대 경제권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세계경제에 커다란 변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로화는 오늘부터 당장 지폐와 동전 등 현금으로 유통되는 게 아니라 전자거래상으로 유통된다. EMU가 오는 2002년 6월 말까지는 유로화 지폐 및 주화를 발행해 유통시킬 계획이지만 각국의 통화가 법적지위를 소멸하는 시점인 2002년까지 비현금거래는 대부분 유로화로 결제된다. 참가국 통화간 환율은 구랍 31일 시장환율로 2002년까지 고정되며 유로화와 비참가국 통화간에는 신환율조절장치(ERM Ⅱ)를 도입, 환율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유로화 유통으로 EMU 역내는 오는 2002년까지 1.0%포인트 정도 추가성장이 기대될 정도로 시장이 확대돼 우리나라에는 수출여건 개선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유럽내 단일통화 유통은 무역창출 효과보다 무역전환 효과가 더 커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의 수출감소가 우려돼 유로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선 통상측면에서 보면 EMU가 역내 산업을 보호하고 역외기업에 대한 차별전략을 지속하기 위해 반덤핑조치와 같은 수단을 이용한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투자측면에서는 환율변동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저리의 자금조달 및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역내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많은 기업들이 유로화 역내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유로화 출범에 맞춰 이미 현지법인 및 지사에 현지인을 채용하고 현지조달·운영 등과 같은 현지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또 유럽 거래처들의 유로화 결제요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유로화 구좌개설을 비롯해 컴퓨터프로그램 정비, 이중통화 가격표기로 가격리스트 제작, 통화표시가 요구되는 각종 거래양식의 변경, 기존 계약내용 수정 등 유로화 거래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특히 유로경제권을 염두에 둔 거점조직 재편과 함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유로화 유통으로 역내에서 거래되는 제품들의 판매가격이 투명해져 HDD·CD롬·모니터를 비롯한 정보기기와 전자제품·통신장비 등 범용제품의 가격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유로화 출범에 맞춰 △가격인하 경쟁에 대비한 원가절감 노력 강화 △유로화 가격전략 수립 △제품사양 변경과 기능 단순화 작업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기업과 전략적인 제휴를 모색하는 한편 범유럽 유통업체와의 거래관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일정비율의 달러표시 외환보유액을 유로화로 시급히 전환하는 등 유로화 출범으로 예상되는 국제금융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이와관련한 각종 국내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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