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20세기에 버리고 갈 것들

김명석 한국디자인학회장

 새로운 천년이 머지 않았다. 10년이 마치 1년처럼 빠르다던 것도 이미 옛말이 됐다. 이제는 세계질서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새 패러다임의 새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태양계 50억년의 역사 속에서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2백만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류는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의 문화를 교류해 꽃을 피우기도 했지만 다가오는 21세기는 또다시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디자인계도 새로운 천년을 맞아 옛 것은 버리고 새 것을 준비할 때다. 더욱이 다가오는 2001년에는 세계디자인총회(ICSID 2001)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 디자인계는 하나로 뜻을 모아 각국의 손님을 맞고 한국 디자인의 위상을 드높여야 할 것이다.

 디자인계는 오랫동안 각자의 영역을 고집해 오면서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또한 정작 사회에 나아가 실무적으로 어우러져야 할 때에는 쟁이라는 서러움을 겪으면서 이같은 아집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이런 구태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디자인계의 화합과 디자인산업에 대한 가치인정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선 디자이너 자신들부터 버려야 할 것을 짚어보면 디자이너들은 자기 주관적인 경향이 강해 타 분야와의 타협을 거부하는 성향이 지나칠 정도다. 이는 디자인계 내부적으로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므로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또한 선진문물에 대한 지나친 추종이나 모방적인 사고는 자발적인 창의성을 막는 요인이며 즉흥성이 바탕이 된 비과학적인 디자인·고정관념·안일함 등도 시급히 버려야 할 과제다.

 디자인계를 둘러싼 환경에서도 버려야 할 것이 많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디자인에 대한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디자이너들의 진취적인 창의성에 대해 인정해줘야 한다.

 단지 경영자들의 견해와 차이가 있다 해서 결코 그것이 가치가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디자이너와 경영자·개발자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잘 조화되어야만 히트상품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엇보다도 디자인계가 가장 염두에 두고 개선해야 할 것은 미래 디자이너들을 키우는 교육사업이다.

 그동안은 디자인 가치에 대한 고정관념과 창조능력에 대한 편견으로 현실적이기보다는 아트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한국문화에 대한 편견으로 교육자들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서양학문을 답습하는 식으로 가르치다 보니 우리 나름대로의 교육체계가 잡히지 않기도 했다.

 이제부터라도 미래 꿈나무들에게는 좀더 내실 있는 교육으로 경쟁력 있는 내일을 준비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20세기 후반 밀려들기 시작했던 정보화의 물결은 어느새 지구촌을 온통 정보사회로 만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 고도 정보사회에서는 디자인이 창의적인 인간과 쾌적한 환경을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디자인을 업(業)으로 하는 모든 이가 한마음 한뜻으로 버릴 것은 버리고 모을 것은 모아서 21세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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