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빅딜과 별들의 전쟁

 전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영원한 맞수로는 수십년 동안 이어진 삼성과 LG의 경쟁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한 업체가 경쟁분야의 시장점유율에서 앞서면 이듬해에는 역전의 드라마를 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LG와 삼성은 특정사업이나 품목에서 서로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 때도 있었다. 한 업체가 특정사업권을 획득하거나 시장점유율 수위를 차지한다는 자체가 바로 다른 업체에겐 업계 2위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만큼 어느 업체도 물러설 수 없는 별들의 전쟁을 벌여왔다.

 양사의 경쟁관계가 너무 치열해 이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양사가 발표하는 생산통계의 허수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과당경쟁에 집착한 나머지 양사가 특정품목에서 발표한 생산 대수를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을 웃돈다. 이쯤되면 해프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급급한 나머지 한해에 서너 차례씩 비슷한 상품의 모델을 교체해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을 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름대로 축적된 경쟁력 향상 노력이 오늘날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출효자품목으로 부상한 제품의 시장상황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삼성과 LG의 경쟁관계인 품목이 수두룩하다. 소비자 역시 독점보다는 경쟁으로 인해 질좋은 상품이나 차원 높은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LG와 삼성의 맞수체제가 최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종합 전자·정보통신업체인 LG로선 특정분야에서 수족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고 있고 가전분야 역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업체간의 황금비율도 붕괴될 조짐이다.

 최근 반도체나 가전분야의 기업간 빅딜로 인한 논란으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과잉투자나 과잉경쟁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특정 업종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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