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6일 단행한 연말 정기 사장단 내정 인사는 종전의 자질 및 능력을 반영하는 인사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철저하게 경영성과 및 업적을 평가기준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세계 일류기업을 추구하는 삼성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세계 일류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이익극대화」라는 성과주의 인사를 기본틀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구조조정 및 전환기에 해당되는 「IMF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구조 혁신 등 일련의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 인물들을 전격적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엔지니어링 양인모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그 대표적 예. 한 마디로 그룹 전체에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성과주의 풍토를 확산시키고 구조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함으로써 분위기를 쇄신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남궁석 사장의 정보통신부 장관 입각으로 공석이 된 삼성SDS의 대표이사에 김홍기 전무를 승진시킨 것은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김 전무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된 것은 78년 삼성에 입사한 이후 2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이는 삼성이 정보통신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정보기술의 이론 및 실무에 정통한 전문인력을 대표로 발탁함으로써 정보시스템분야를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은 또 악화된 경영환경을 타파하고 21세기 새로운 경영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의지를 갖춘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40대의 젊고 유능한 인물을 최고경영진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현재 회사별로 강력하게 추진중인 구조조정 작업을 보다 가속화하고 현재의 총체적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 세대 젊고 참신한 경영진의 전진배치로 삼성의 구조개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냈던 김광호 삼성전관 회장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와 후배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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