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유무선통신기기·네트워크 장비 등 모든 정보통신기기의 품질적합성 평가시험을 담당하는 정부 지정 시험기관이 결국 국내외 모든 기관에게 개방됐다. 이로써 외국 규격인증 시험기관들이 국내 규격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어 앞으로 규격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관계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내년 1월부터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평가항목에 전기안전시험을 추가, 관련 시험기관을 새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외국 시험기관도 포함시키기로 하고 최근 국내 11개 시험기관과 함께 노르웨이의 한국법인인 넴코KES를 전기안전 시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정통부는 이번 전기안전 시험기관 지정에 외국기관을 포함하면서 『국제기준(ISO가이드25)에 부합하는 시험능력과 시설을 갖춘 시험기관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지정 시험기관으로 선정한다』고 밝혀 정통부가 현재 지정하고 있는 전자파장해(EMI)등록 시험기관과 무선기기 형식승인 및 등록 시험기관 등 정보통신기기 관련 시험기관이 모든 외국기관에 개방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 지사나 법인을 설치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진출, 주로 해외규격 업무에 주력해온 SGS·로이드·BSI(이상 영국), TUV라인란트·TUV프로덕트서비스·VDE(이상 독일), UL(미국), 넴코·DNV(이상 노르웨이) 등 수십개의 외국 규격인증 시험기관들이 국내 규격 시험시장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통부가 정부 지정 시험기관에 외국 기관을 포함하는 선례를 남김에 따라 현재 정보통신기기와 유사한 사전 품질인증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가전 등 전기용품(산업자원부), 의료기기(보건복지부), 자동차류(건설교통부) 등의 정부 지정 시험기관 대상도 모두 개방될 것으로 보여 관련 기관 및 산업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기기 시험기관 지정을 주관하는 전파연구소의 서광현 통신기술담당관은 『외국기관이 합작 또는 지사 형태로 국내 법인을 설립, 관련 시험설비를 구비한 후 지정 시험기관으로 신청해올 경우 이를 반려할 법적 명분이 없다』며 『이번 전기안전 시험기관 지정에 외국 기관 포함문제를 검토하면서 전자산업진흥회를 비롯해 제조업체·사설시험기관·공공기관 등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시험기관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와 선진국간 품질인증 환경이 전혀 다르고 현재 다자간 품질인증 상호인정협정(MRA)이 진행중인데 미리 외국기관에 정부 지정시험을 맡기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는 결국 국내 시험기관의 생존을 위협, 시험·인증비용은 물론 기술 및 정보의 해외 유출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반발,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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