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전자산업 총결산 (12);유통

<가전>

 IMF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가계자금을 압박해 가전제품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다. 여기에 월마트의 진출과 함께 가전제품 가격파괴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혼매·양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존 유통체계에 변화가 일었다.

 이에 따라 유통망에 대한 구조조정도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상당수의 가전유통점들이 문을 닫고 사라졌다. 또 가전제품 가격이 거품을 걷어내는 것 이상으로 떨어져 살아남은 유통점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가전유통 채널은 대리점과 혼매양판점, 백화점, 창고형 할인점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대리점은 가전3사와 오디오업계 등을 포함해 5천여개에 달했으나 20% 정도가 문을 닫았다. 가전3사 대리점의 경우 97년 말 3천9백여개에서 3천4백개로 5백여점 줄어들었으며 1천1백개에 달하던 오디오 대리점 및 전문점의 숫자도 6백여점으로 4백여점 이상 줄어들었다.

 살아남은 대리점들도 양판점, 백화점, 창고형 할인점들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월평균 매출이 5천만원을 넘는 점포가 10%를 넘지 않을 만큼 대부분의 점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이나 양판점, 백화점들은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이들이 가진 매출규모에 비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월마트가 가전제품을 로스리더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시작된 가격경쟁은 E마트의 가세와 백화점과 양판점들의 기획상품 공세로 이어지면서 가격을 끝없이 떨어뜨렸다.

<이통>

 지난해 10월 서비스 개시에 들어간 개인휴대통신(PCS) 특수에 힘입어 양적인 측면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내년도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맥상을 보였다.

 1·4분기만 해도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유통전략은 셀룰러진영과 PCS진영의 양자간 대립구도였으나 점차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개별 업체간의 고객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사업자들이 개통촉진 수수료, 가입유치 수수료, 볼륨 인센티브, 성장 장려금, IMF 장려금 등 각종 명목의 장려금을 단말기 대당 30만∼40만원씩 지급함으로써 일선 대리점가에는 저가경쟁이 벌어졌으며 구형 중저가 기종을 중심으로 공짜 단말기도 생겨났다. 한때 일부 유통업자들이 장려금을 노려 한 단말기를 여러 사업자에게 복수로 가입하는 이중개통이 말썽을 빚기도 했다.

 볼륨 인센티브와 고객관리 수수료도 올해 이동통신 유통업계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많이 판매하면 할수록 많은 돈을 대리점에 지급하는 볼륨 인센티브로 인해 도매를 위주로 하는 대형 대리점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고 뒤이어 판매만을 전담하는 딜러조직도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각 사업자의 공식 대리점은 각각 1천∼1천5백개 수준으로 총 5천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판매망까지 합하면 1만5천개가 넘는 곳에서 이동통신단말기를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자들이 지난 11월부터 의무가입기간을 1년으로 낮춤에 따라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비용은 소폭 증가했으나 이는 유통 정상화의 시발점이 됐다.





 PC 유통시장에서는 제조업체 대리점의 영향력이 감소한 가운데 세진컴퓨터랜드·컴퓨터21·티존코리아 등 대형 전문 양판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연중 지속됐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 등 국내 대규모 PC 제조업체들이 매출목표 자체를 축소한 가운데 자체 대리점에 대한 금융지원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형 양판점의 경우 극심한 소비침체 속에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일선 대리점보다 선호해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삼보컴퓨터·대우통신 등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세진컴퓨터랜드·컴퓨터21 등 양판점 특별 모델을 생산한 것도 올들어 대형 양판점의 매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와 함께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기불황의 여파로 중고PC와 업그레이드 서비스, 유지보수 등 PC 재활용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서비스뱅크·CC마트 등 이들 시장 관련업체가 연중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꼽힌다.



 감원 및 기업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친 IMF 상황에서 매출부진으로 몸살을 앓아야만 했던 한 해였다. 또 유난히 사건과 사고가 많은 한 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SW 유통업계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기업수요가 꽁꽁 얼어붙었고 가계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반 소비자 대상의 유통환경도 매우 나빠졌다.

 정부 및 단속기관의 SW 불법복제 단속강화 방침은 그나마 얼어붙은 SW 유통시장의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해빙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워드프로세서인 「워드97」의 보급확대를 위해 수십만 카피의 시험평가판을 제작, 대학가 등지에서 무상으로 배포하면서 SW 가치하락론이 제기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월 중순에는 한글과컴퓨터가 IMF로 인한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아래아한글」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아래아한글에 상당한 유통비중을 두고 있던 대부분의 SW 유통업계에는 비관적인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결국 아래아한글은 열화와 같은 국민의 성원과 여론에 힘입어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민간단체가 추진한 「아래아한글살리기 운동」과 한글과컴퓨터가 전개한 「아래아한소프트 1백만 회원모집 운동」 덕택으로 한글과컴퓨터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큰 기대를 모으던 「한글윈도98」이 8월 11일 출시됐으나 판매개시 한달 동안 3만카피가 판매됐던 「한글윈도95」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SW업계의 불황을 절감하게 했다.

<쇼핑몰>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은 올해 2년째 사업연도를 맞아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헬로우서울·데이콤인터파크·메타랜드 등 인터넷 쇼핑몰 선발업체들의 월간 매출규모도 지난해 1천만∼2천만원대에서 이달 들어 6천만∼1억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연간 1백∼2백%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 인터넷 쇼핑몰업체는 또 업체별로 약 6만∼10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해 정기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이 올해 가장 역점을 뒀던 사업분야는 입점업체 유치다. 매장별 판매 아이템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입점 및 수수료 수입을 얻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사업 초기연도에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홍보부족과 낙후된 통신 인프라, 상품구매력 미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상품 구매력 문제는 가격경쟁력 있는 상품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많은 업체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으나 아직 쇼핑몰 운영업체들의 매출규모가 일반 매장과 비교해 워낙 차이가 나고 있어 사업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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