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살인적인」 가격 폭락으로 지난 2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결국 「빅딜」이라는 사면초가의 위기까지 몰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D램 가격의 급등과 적극적인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연말 월별 흑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LG반도체는 지난 10월 2년여만에 반도체부문에서 30억원 규모의 월별 흑자를 기록한 이후 11월에는 약 2백50억원의 대규모 경상이익을 실현했으며 이어 12월에는 4백억원 정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4·4분기에만 6백억∼7백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현대전자도 11월 결산 결과 지난 96년 하반기 이후 무려 1년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양사의 최근 몇달간 반도체 부문 흑자가 올해 전체의 적자 규모를 상쇄시킬 만한 규모는 아니다. 4·4분기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올해 2천억원 안팎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최근 월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기본적으로 D램 반도체 가격의 꾸준한 상승에 힘입은 것이다.
여기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연말 특수에 따른 판매물량 확대, 환율 안정에 의한 환차손의 감소, 금리 하락 등의 요인이 합세하면서 부실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흑자 국면 전환의 일등 공신은 뼈를 깎는 생산성 향상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양사의 최근 월별 흑자 실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시기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불황에서 회복국면으로 이어지는 연결점에서 이룬 실적이라는 것 때문이다.
양사 관계자들이 내년에 흑자시대로 국면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절적 불황인 내년초 최대의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설명하는 배경에는 양사 모두 「어느 정도의 가격 하락에 버틸 수 있을 만큼 원가절감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최근 12달러 안팎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64MD램의 원가가 대략 6∼7달러선까지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과잉이 극에 달했던 올 상반기 64MD램 최저가격이 7∼8달러선에 형성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제외하고 예전과 같은 대규모 적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양사가 보여주고 있는 경영실적의 흐름을 살펴볼 때 내년에는 지난 95년 이후 3년만에 세계 유일의 D램 흑자업체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반도체 3사 모두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리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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