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비>
지난 95년 케이블TV 출범을 전후로 불어닥치기 시작한 내수시장의 호황이 위성방송, 디지털 지상파방송으로 그대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국내 방송장비시장은 작년 말 불어닥친 IMF 관리체제라는 돌발사태로 인해 올 한 해 내내 휘청거렸다.
특히 KBS·MBC·SBS 등 방송장비의 가장 큰 수요처인 지상파방송의 구조조정이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으며 독립 프로덕션과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의 잇단 부도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시장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올 방송장비 내수시장이 얼마나 꽁꽁 얼어붙었는가는 메이저급인 수입공급업체들의 매출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이들 업체의 올 매출은 대략 전년대비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정도 감소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국내 방송장비 제조사들은 예상외로 선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일부 업체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려전자엔지니어링은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총 30억원을, 방송·보안장비 전문업체인 보은전자통신도 방송장비분야에서 작년과 같은 3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내 방송장비시장의 가장 큰 흐름 중의 하나로는 외국 장비공급사들의 국내 시장 직접진출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의 소니를 비롯해 벨기에의 바코, 미국의 미디어100 등 세계 방송장비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대거 국내에 둥지를 틀고 내수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으며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국내 산업분야의 개방확대와 더불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방송장비 업체들이 수출을 본격화하고 특히 미국 일변도의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유럽지역을 공략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선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컴픽스·고려전자엔지니어링·CIS테크놀로지·FA전자·동서전자 등 국내 방송장비 공급사들은 IMF사태 이후 미국 일변도의 수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유럽지역의 방송규격인 팔(PAL)방식의 장비를 새롭게 개발·공급하는 한편 수출지역도 유럽은 물론 일본·중국·동남아·뉴질랜드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있다.
연초 환율폭등에도 불구, 방송장비 중 「약방의 감초」격인 비디오서버 공급가가 줄줄이 내린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수시장 부진에 대응, 수입장비 공급사들이 지난해 말 대비 대략 30%가량 가격을 인하해 수요창출을 적극 시도했으나 결과는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참패했다.
이 와중에서 기존 고가제품 대신 중·저가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유윈정보시스템·컴픽스·보은전자통신 등은 영상관련학과, 소규모 프로덕션, 웨딩숍 등의 신규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 짭짤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한파로 인해 비록 단기간이지만 국내 방송장비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등 예기치 않았던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독립 프로덕션 등의 잇단 부도와 지상파 방송사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넘쳐나는 중고 방송장비의 수출이 주역이었다. 방송장비 렌털전문업체인 에이스전자·선우영상·진안전자 등은 미국 어프로팔·브로드캐스트스토어(BCS) 등에 ENG 카메라와 방송편집기 등을 수출, 짭짤한 외화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달러약세와 영상분야의 구조조정작업이 일단락됨에 따른 매물 부족으로 현재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자동송출시스템을 잇따라 개발·공급한 것도 방송장비업계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유로정보기술·고려전자엔지니어링·동서전자·동화AV 등은 프로그램 자동송출기능과 오디오 서버 등을 하나로 묶은 라디오 자동화시스템을 잇따라 개발, 현재 외국 메이커들과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지상파방송>
지상파 방송사들의 올해 실적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IMF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중앙 방송사와 지역민방사를 불문하고 광고판매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데다 방송 제작비 인상, 수신료 징수 실적 저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올해 「적자」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위원회가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수신료·전파료·광고료·부대 사업비 등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지출은 이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같은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유례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선 공영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조조정에 매우 인색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왔던 KBS는 여론에 밀린 감이 없지 않지만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전격 발표하고 이를 위해 정원을 10% 감축하고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KBS 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MBC 역시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본사 인력 4백여명을 줄이고 지역 계열사의 광역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계열사들의 통합 방안에 대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원만하게 지역 계열사 통합이 추진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이와함께 MBC는 최근 방송개혁위원회가 주축이 돼 추진중인 방송개혁을 의식한 듯 내년부터는 경영상의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 공영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SBS는 올해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SBS는 대대적인 분사안을 마련, 실행에 옮기면서 방송계에 적지 않은 파란을 몰고 왔으며 경영을 세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내외의 곱지않은 시선 때문에 골치를 앓기도 했다. 이와 함께 SBS는 회사 명칭을 서울방송에서 「SBS」로 바꾸고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주도해왔다는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김힘을 쓰기도 했다.
지역 민방사들의 상황은 올들어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지역 민방사들은 모기업 자체가 IMF의 여파로 휘청거리면서 주인이 바뀌거나 대대적인 감원을 단행, 직원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역 민방들의 SBS 의존도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1백% 자체 편성을 목표로 개국한 인천방송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민방사들이 IMF사태 이후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율을 10%대로 떨어뜨렸고 대부분 주시청 시간대 프로그램을 SBS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이 때문에 지역 밀착형 매체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던 지역 민방들이 SBS의 중계소와 다를것이 무엇이냐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SBS와 인천방송의 위성배신 문제도 지역 민방사들의 위기를 더욱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SBS와 인천방송의 프로그램을 케이블TV사업자와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위성으로 수신해 가입자들에게 전송하면서 정부가 허가한 방송권역이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단독서울시, 애플페이 해외카드 연동 무산…외국인, 애플페이 교통 이용 못한다
-
2
삼성 파운드리 “올해 4분기에 흑자전환”
-
3
세계 1위 자동화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넘어 '다음 로봇' 전략을 찾다
-
4
국산이 장악한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보다 2배 더 팔렸다
-
5
CDPR,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무신사 컬래버 드롭 25일 출시
-
6
4대 금융그룹, 12조 규모 긴급 수혈·상시 모니터링
-
7
2조1000억 2차 'GPU 대전' 막 오른다…이달 주관사 선정 돌입
-
8
[미국·이스라엘, 이란 타격]트럼프, '끝까지 간다'…미군 사망에 “반드시 대가 치를 것”
-
9
삼성전자 반도체 인재 확보 시즌 돌입…KAIST 장학금 투입 확대
-
10
하루 35억달러 돌파…수출 13개월 연속 흑자 행진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