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둘러싼 미국업체들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시대를 맞아 기존 아날로그TV로도 양방향 서비스나 고속 인터넷 검색 등 디지털 기능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들의 세트톱박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업체들의 시장참여를 재촉하고 있는 것.
이달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케이블장비 전시회 「웨스턴 케이블 쇼」에서는 세트톱박스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 및 제품과 업체들간 제휴가 대거 발표돼 경쟁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 중 가장 왕성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곳은 미국 최대 세트톱박스업체인 사이언티픽 애틀랜타(SA). 타임워너·TCI를 포함, 14개 케이블서비스업체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디지털 케이블 세트톱박스 「익스플로러 2000」을 보급하고 있는 SA는 지난 전시회에서 홈 네트워킹업체인 아비오 디지털과 협력관계를 맺고 이 업체의 「미디어 와이어」 홈 네트워킹기술을 「익스플로러 2000」에 채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비오 디지털의 「미디어 와이어」는 일반 전화선을 이용해 CD 수준의 오디오 음질과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고선명(HD)TV 비디오 신호·전화·컴퓨터 데이터 등을 가정내 곳곳에 전송할 수 있는 기술로 익스플로러 2000과 결합되면 홈시어터나 PC네트워크·보안기기·가전제품 등 가정의 모든 디지털 기기가 연결돼 명실상부한 홈 네트워크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SA는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업체인 인터테이너와도 제휴, 익스플로러 2000을 통해 인터테이너의 주문형 오락물과 전자상거래·타깃광고 등을 서비스할 방침이다. 이 결과 가입자들은 이 세트톱박스로 주문형 비디오(VOD)나 주문형 음악(MOD)·양방향 TV·홈쇼핑 등의 완벽한 호스트기능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테이너는 자사의 주문형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위해 영화·음반·방송국들과 협약을 맺는 한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인포믹스와 같은 정보기술(IT)업체나 콤캐스트·소니·인텔·NBC·US웨스트 등 비디오 공급업체들의 든든한 지원도 받고 있어 이 서비스가 익스플로러 2000에 처음 적용되면 케이블 서비스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2천9백만가구에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보급하고 있는 제너럴 인스트루먼트(GI)도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소니와 손을 잡고 이 회사의 정보가전용 운용체계(OS) 「아페리오스」 등 홈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해 자사의 신형 「DCT 5000+」 세트톱박스에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중반께 출시될 「DCT 5000+」는 고속 프로세서에 3D그래픽스·케이블모뎀 등을 갖춘 하이엔드 제품으로 홈 네트워킹 서버로서 손색없는 면모를 갖출 것이라는 설명이다.
GI는 이어 최근에 비자카드와도 제휴, DCT 5000+에 비자의 스마트카드 지원기능을 부가키로 했다. 이 결과 이 세트톱박스 이용자들은 케이블TV를 통해 홈쇼핑을 하고 비자 스마트카드인 「비자 캐시」로 결제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GI는 앞으로 비자 캐시를 이용, 전자쿠퐁이나 유료 비디오서비스 등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케이블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MS는 자사 웹TV서비스를 처음으로 SA의 익스플로러 2000 세트톱박스를 통해서도 상용화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일반 전화선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던 웹TV서비스가 고속의 케이블TV 인프라를 통해서도 제공된다는 의미로 케이블시장에 대한 MS의 야심이 더욱 굳어져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사는 이와 함께 차세대 세트톱박스 개발에도 협력키로 합의했는데 이렇게 되면 SA가 향후 케이블 세트톱박스 OS로 MS의 윈도CE를 채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MS로서는 그동안 익스플로러 2000 플랫폼이었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퍼스널 자바에 대해 유리한 입장에 서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세트톱박스를 둘러싼 관련업체들의 합종연횡이 가속되고 있는 것은 이 기기가 점차 첨단기능으로 무장하면서 차세대 홈 네트워크의 호스트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가전제품의 디지털화와 함께 이들 기기간 상호접속이 가능한 홈 네트워크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이의 핵심 플랫폼으로 세트톱박스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익스플로러 2000과 같은 제품은 인터넷 접속이나 전자우편은 물론이고 VOD·전자상거래 기능까지 지원이 가능해 웬만한 컴퓨터와 맞먹는다.
여기에 고속 케이블 모뎀을 통해 PC용 일반 다이얼업 모뎀의 수십배에 달하는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 고해상도의 이미지와 고음질의 음악 및 양방향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게다가 안전한 홈쇼핑을 위한 보안기능과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카드슬롯 등을 갖추고 있다.
<구현지 기자 hjkoo@etnews.co.kr>
국제 많이 본 뉴스
-
1
'오징어게임2' 엇갈린 외신 반응 “날카로움 잃었지만…”
-
2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3
'아기 매머드' 5만년 전 그대로 꽁꽁 얼었다
-
4
'파나마 운하' 달라는 트럼프, 그린란드 또 눈독… “파는 거 아냐”
-
5
'38명 사망' 아제르바이잔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은 새떼?
-
6
브라질서 56m 크리스마스트리 폭삭…3명 사상 [숏폼]
-
7
골 넣자 단체로 파시스트 경례한 관중들…왜? [숏폼]
-
8
中, '가짜 배' 착용하고 만삭 사진 찍는 유행? [숏폼]
-
9
“그 얘기 들었어? 파하하” 박장대소 물개… 올해의 가장 웃긴 야생동물은?
-
10
日 가상화폐 거래소 폐업에도 북한이?... “4500억 비트코인 유출 정황”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