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장관 중도하차 "이모저모"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의 전격 경질은 현 정부의 개혁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기업 빅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해석될 만한 잇따른 설화(舌禍)와 두꺼운 관료조직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장악력 시비가 인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후문.

 배 장관은 특히 지난 16일 전경련 초청강연회에서 「빅딜 반대」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18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한국CALS/EC협의회 초청 강연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재차 하는 등 특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 더욱 화제.

 그는 이날 『내 목이 반쯤 떨어져 있다』고 전제하고 전경련 강연회를 연상케 하는 언급을 계속해 참석자들이 긴장했다는 후문.배 장관은 결국 이날 오후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 전격 수리되는 것으로 매듭.

 ○…배 장관은 19일 집무실에 출근, 이날 오전에 후임 장관이 인선되면 곧바로 이임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발표가 계속 늦어지면서 이임식을 미룬 채 오후 1시쯤 퇴근.

 그는 이날 아침 그간 자신을 보필했던 정통부 실국장들과 티타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지난 10개월간의 장관재직 소회를 피력. 그는 『정통부 공무원들의 자질이 우수하고 업무 역시 세계적인 것인데 자신감이 부족한 것같다』며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일하라』고 격려.

 배 장관은 또 『성공한 기업인이 정부에서도 성공하기란 어렵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밝혀 그간 마음고생이 많았음을 간접적으로 표현.

 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 『장관 재직기간에 업무에 쫓겨 좋아하는 책 한권 보지 못했다』며 『기업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강의도 하는 등 학계쪽에 몸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

 ○…장관의 돌연한 중도하차에 정통부 고위관료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표정. 이런 분위기 탓인지 기자들을 상대로 후임자가 누구인지 묻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일부 정통부 직원들은 『언론이 너무 일방적』이라며 이번 사태의 화살을 언론에 돌리기도.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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