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국민소득은 비록 10년 전으로 되돌아갔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경제발전 단계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진정한 IMF 극복은 자기혁신을 통해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변화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로 실업자가 된 노동력이 농업이나 단순 제조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 재교육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할 때 IMF를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보산업은 IMF를 극복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하나라는 데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보산업의 발전은 어떻게 실현하고 정보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과거의 경제발전처럼 정보산업의 발전이 정부의 재정지원과 조세혜택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예를 들면 미국의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이윤을 얻어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된 것은 미국의 재정지원과 조세혜택 때문이 아니다. 미국 정보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있으며 끝없는 지적 호기심으로 무장한 전문인력이 창의적인 노력으로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 덕택이었다. 즉 정보산업의 경쟁력은 자본이나 조세혜택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노력을 유인하고 충분한 보상을 보장해 주는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여부에 의해서 좌우되는 셈이다.
이같은 중요한 창작성의 유인과 충분한 보상을 가능하게 하는 법과 제도가 바로 저작권법과 특허법 등 소위 지적재산권법이다. 영국은 16세기에 유럽대륙에 비해서 후진국의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특허법과 저작권법을 제정해 발명과 창작을 법적으로 보호해 줌으로써 산업혁명과 문화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저작권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 사례가 많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있는데 그 보호가 미약하고 잘 집행되지 못한 결과 무단복제가 성행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무단복제물이 대량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프로그램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상정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개정안은 저작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전송권(傳送權)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도입하고 저작권에 관한 디지털 정보의 조작이나 왜곡을 금지함으로써 저작권 정보를 보호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저작권의 효율적인 보호는 저작권이 침해당할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개정안은 저작권 침해와 같은 분쟁이 발생한 경우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액을 높였으며 조정(調停)과 같이 저렴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방법이 좀더 현실적이고 유용한 제도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그 효력을 발생하면 프로그램 보호가 강화돼 우리 정보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의 개선은 동시에 소비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인식전환이 뒤따를 때에만 그 실효성을 갖는다. 국민 모두 저작권을 존중하면서 일정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프트웨어 정품만을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할 때에 보다 우수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촉진되고 IMF 극복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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