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는 올해 판매 부진으로 큰 홍역을 겪었다. 우선 IMF 이후 책 판매량이 격감한 데다 지난 2월 국내 출판유통 1·2위 업체인 보문당과 송인서림이 부도가 나면서 출판사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출판계에서는 「올해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런 최악의 출판불황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오는 2002년까지 대학입시에 컴퓨터 과목을 반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힘입어 컴퓨터 출판은 시장규모가 10% 정도 늘어나는 등 희망적인 측면도 있었다.
컴퓨터서적 매출은 정보통신의 분위기 확산에 힘입어 대형서점의 전체 매출을 뒤흔들 정도로 막강하게 커졌다. 지난 11월까지 교보문고에 접수된 기술과학 분야 신간(3천5백 종)중에 컴퓨터관련 도서가 약 절반을 차지했다. 또 같은 기간 이 서점이 기록한 총 매출액(6백억원)중에 약 8%에 해당하는 54억원을 컴퓨터 매장에서 올렸다.
서점이 출판분야를 20개 정도로 나누어 매출액을 집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비중 8%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이것은 어린이 도서나 문학서적 매출보다도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점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사전 및 잡지의 매출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내 컴퓨터 출판시장 확대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쟁자를 낳았다. 중앙교육연구소를 비롯한 대형 출판사들이 올해 속속 컴퓨터 출판시장에 새로 뛰어든 것을 비롯해 교학사·교문사 등 교재전문 출판사들도 한결같이 컴퓨터 출판 사업부를 크게 강화했다.
올해 컴퓨터 출판의 특징은 인터넷 활용, 홈페이지 제작, 포토숍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을 차지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인터넷 사용인구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서적은 지난해에도 많이 소개됐으나 대부분 인터넷 사용방법과 정보사냥을 위한 사이트 안내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올해 출간된 인터넷 서적은 독자들의 수준 향상을 증명이나 하듯이 「수박 겉 핥기」 식의 설명이 아닌 구체적인 활용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고급화되면서 각종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만들기」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포토숍이라는 그래픽 서적이 급부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출판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모두 인터넷 사용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출판사별 부침도 그 어느 때보다 심했던 한 해였다. 영진출판사(대표 이문칠)는 인기 정상의 연예인 강남길씨가 쓴 「TV보다 쉬운 컴퓨터」가 6만부 이상 팔린 것을 비롯해 「인터넷 쉽게 배우기(5만부)」 「컴퓨터 조립·수리(4만부)」 등이 번갈아 가며 컴퓨터 분야 베스트셀러 1·2·3위를 독차지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영진은 이에 따라 올해 매출액도 지난해(70억원)보다 50% 이상 증가해 컴퓨터 출판사로는 국내 최초로 1백억원선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영진의 최대 경쟁자인 정보문화사(대표 이상만)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 해였다. 우선 올해 초 부도를 낸 보문당 등에 10억원 이상 미수금이 발생한 데다 매출실적 또한 지난해에 비해 20∼30%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억원.
한글과컴퓨터의 자회사인 한컴프레스(대표 김영인)는 모 회사인 「한컴호」의 부침에 따라 올해 지옥과 천국을 오락가락한 끝에 이찬진씨가 쓴 입문서의 판매가 꾸준히 호조를 보이면서 안정을 되찾은 케이스.
이밖에도 입문서 분야 명문 출판사인 길벗(대표 이종원)과 베스트북(대표 박성현), 그래픽 및 프로그래밍 분야 활용서를 주로 펴내는 혜지원(대표 박정모), 미국의 유명한 오릴리(O′RILLEY) 출판사가 펴낸 전문서적을 독점적으로 번역·출판하는 한빛미디어(대표 김태헌) 등은 각각 그동안의 전문성을 살려 올해도 비교적 「안정적인」 운항을 계속한 출판사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의욕적으로 과학 및 컴퓨터 책을 잇따라 선보여 관심을 모았던 민음사(대표 박맹호)는 최근 이들 분야의 출판을 거의 포기한 상태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A·S 출판사 등도 최근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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