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대대적인 재편을 가져올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간 빅딜의 성사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지난 15일까지 대체적인 추진일정과 빅딜대상 등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빅딜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빅딜 주체간 이견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16일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 사업 맞교환 관련 합의내용을 공개하면서 고용승계 및 협력업체 지원 등을 포괄하는 내용을 삼성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사이에서는 아무런 합의가 이뤄진 바 없으며 따라서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사이에서도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종용으로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대우자동차가 사업맞교환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자리를 같이했으나 무위로 돌아갔으며 단지 이번 빅딜이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입증시킨 셈이다.
그러나 대우 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 중 주목할 것은 전자사업 처리 방향이다. 비록 양사간 합의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삼성 측은 결렬 이유가 전자사업 부문이 아닌 자동차사업 부문에서 이견이 표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대우에서 발표한 내용 중 전자사업 부문에 관한 사항은 이미 삼성전자 측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합의가 결렬된 데 대해 『16일 양사가 공동으로 합의문을 발표키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가 대우전자 인수시 받아들인 조건만큼 삼성자동차가 내건 조건을 대우자동차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동차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전자사업 부문은 대우에서 발표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우의 발표문 중 전자사업 부문은 △삼성 인수 후에도 최소 5년 동안 대우브랜드 사용허용 △대우전자 인력의 전원 승계 △대우전자 인수 후에도 최소 5년 동안 별도법인으로 운영 △대우전자의 협력업체 및 대리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대로라면 빅딜이 성사되더라도 최소 5년간은 빅딜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전 3사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며 이것은 단지 소유권만 대우에서 삼성으로 넘어갈 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빅딜을 통해 중복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두겠다며 기업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빅딜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상치되는 결과인 셈이다.
따라서 이 내용대로 합의가 이뤄지고 빅딜이 추진된다면 정부로서는 전자는 물론 반도체·항공기 등 경제 전반에서 추진하고 있는 빅딜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우그룹의 발표 이후 대우전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즉각 양사의 합의내용을 반박하고 나선 것도 정부의 종용으로 추진되고 있는 당사자간 합의가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는 종업원들의 시위를 막아보자는 미봉책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빅딜을 성사시킨 이후에 당사자간 합의와 상관없이 정부가 고용조정을 강력히 밀어붙일 경우 대우전자 임직원들은 그대로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간 빅딜은 그룹간 합의가 어렵사리 이뤄지더라도 이미 그룹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대우전자 임직원들에게는 구속력을 가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돼 빅딜 성사여부는 갈수록 혼미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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