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벤처기업과 지식재산권

백만기 특허청 심사4국장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을 특허대상으로 하던 미국 특허청도 소프트웨어(SW)에 대한 특허 허여(許與)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정보사회 진입으로 경제사회 발전의 모든 대상물이 SW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됨에 따라 미국의 특허제도도 크게 변해 이제는 특허제도의 틀 속에 SW관련 발명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특허법원(CAFC)에서 금융기관의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SW, 즉 알고리듬에 대한 특허 허여는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는 특허청구 범위가 수학적 알고리듬을 열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용하고 구체적이며 실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특허대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즉 과거에는 SW 발명에 관한 논의의 초점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발명 여부였다면 이제는 특허의 3대 요건의 하나인 산업상 이용성이 주된 테마가 된 셈이다.

 따라서 금융의 대외개방으로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선진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금융기관도 특허에 대해 정책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가 본격화하면서 전자화폐 등과 관련해 시티뱅크 등의 금융기관과 관련시스템 개발업체들의 특허 출원이 늘고 있는 것을 눈여겨 봐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 특허청에서도 지난 8월부터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을 개정해 SW의 매체 특허청구 범위를 인정하였는데, 외국의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은 특허 신청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활용도가 아직 다소 미진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글로벌 경제의 경쟁우위 요인이 정보·지식·기술 중심으로 옮겨가는 데 있어 벤처기업의 핵심적인 자산은 지식재산권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조립공정뿐만 아니라 회계관리까지도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에 있어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무기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지식자산들이다.

 그렇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흡하고 또 체계적인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미국의 컴팩사가 자사의 인터넷 정보검색 엔진에 사용할 도메인 네임을 알타비스타사로부터 3백35만 달러에 매입한 사례만 보아도 벤처기업이 관리해야 할 지적자산의 범주가 얼마나 광범위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벤처기업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인 특허·실용신안·의장·상표·저작권 이외에도 SW·데이터베이스·반도체배치설계권·영업기밀·도메인네임 등 신지적재산권의 관리능력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자기가 개발한 기술이 정보통신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면 전체 시스템은 특허의 관점에서 SW 특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호 필요성을 검토해야 하며, 시스템 속에 내재된 주문형 반도체는 복제당하지 않도록 반도체 마스크의 보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첨단기술 분야는 종업원의 이직이 빈번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개정된 「부정경쟁 방지와 영업기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회사기밀의 법적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매출이 수백억원의 기업이 경쟁기업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고 나서야 지적재산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벤처기업이 아직 우리 주위에 심심치 않게 있는 것을 보면 글로벌시대에 우리 기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급변하는 기술혁신 환경에서 조직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지식경영의 핵인 CKO(Chief Knowledge Officer)로서의 역할을 직접 담당해야 한다. 다른 모든 업무를 외주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핵심역량인 지식재산의 관리는 리더의 몫이다.

 경쟁기업의 기술상 우위 또는 열위 요인을 분석하고 공세적인 특허전략을 전개하는 것이 유리할지, 또는 최소한의 방어 특허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최고경영자의 경영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해외의 잠재적인 경쟁자의 시장진입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출원 등으로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이와 같이 지식자산을 핵심역량으로 해 발전하고자 하는 벤처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사명이다.

 그런 취지에서 금년에는 특허청이 몇 가지 의미 있는 제도개선을 했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실시하게 되는 실용신안 선등록제도는 출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권리부여가 가능하도록 해 벤처기업의 신속한 권리행사에 일조를 할 것이다.

 실용신안 출원이라도 심사 후 권리확보에 2년 내지 3년씩 걸리던 과거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와 아울러 현재 대폭적인 보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특허우선심사제도는 벤처기업의 권리를 조기에 확정해 기동력 있는 벤처경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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