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IT시장 석권 "자신만만"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인터넷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앞세워 정보기술(IT)산업을 주도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순풍을 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자바분쟁 승리와 넷스케이프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키로 한 아메리카온라인(AOL)과의 전략적 제휴 등 최근 일련의 사건은 선의 이같은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우선 MS와 자바분쟁에서의 승리는 윈도의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는 자바에 대한 선의 주도권을 분명히 해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달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로널드 화이트 판사는 MS가 선의 자바 프로그램을 윈도98과 인터넷 익스플로러4.0에 불법 변용했다면서 90일 안에 이를 수정토록 판결했다.

 MS가 윈도에서만 운용되는 자바 변종을 만들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어디서든 운용될 수 있도록 한 자바의 본질를 훼손시킴으로써 자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위배했다는 선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MS는 앞으로 선의 호환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바코드가 포함된 어떤 소프트웨어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자바 주도권을 확실히 잡게 된 선은 이번 판결이 『자바 라이선스업체와 기술개발진 및 소비자 모두의 승리』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자바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해왔던 선이 이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완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번 판결로 인한 선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은 그동안 자바 지원업체들로부터도 반발을 사 온 자바 라이선스 조건을 보다 유연하게 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자바의 소스코드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노력이 성공할 경우 선은 자바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공개 OS인 리눅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자바의 사용기반을 엄청나게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S와의 소송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자바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은 선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선은 최근 진행된 AOL의 넷스케이프 인수협상에서 협상 당사자로 참가해 AOL과의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는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지적이다.

 선은 이 협상에서 3억5천만달러의 로열티와 최소 매출액 보장을 조건으로 넷스케이프의 인터넷서버와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 및 웹브라우저의 판매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공동개발에도 참여키로 하는 소득을 올렸다.

 뿐만 아니다. 선은 AOL로부터 앞으로 3년간 5억달러를 자사의 서비스 및 하드웨어 등을 지원하는 데 투자한다는 것과 자바와 자바개발키트(JDK)1.2를 차세대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인 커뮤니케이터5.0에서 지원키로 한다는 등의 유리한 조건을 받아냄으로써 사실상 최대의 승자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넷스케이프가 자사 제품에 단 하나의 공개 자바 인터페이스만 채택하고 다른 자바가상머신(JVM)은 클라이언트에서 운용되도록 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음에 비추어 선이 이번에 AOL로부터 자바 및 자바관련 제품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낸 것은 향후 IT산업의 판도변화와 관련해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된다.

 선의 자바 및 「지니」라 불리는 이 회사의 네트워크가능 소프트웨어와 AOL의 「AOL애니웨어」 전략의 결합도 자바의 영향력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이와 관련, 「퍼스널자바」로 불리는 자바개발키트의 부속프로그램을 활용해 휴대폰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인터넷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공동 노력키로 했다.

 AOL이 자사 인터넷서비스를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라면 선은 AOL과의 제휴로 자바 플랫폼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 IT산업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산이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언젠가 자사 최대의 라이벌은 IBM과 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런 예상이 이번 사건을 통해 보다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AOL과의 제휴는 그동안 기업시장 중심의 사업을 펼쳐 온 선에게 컨슈머시장으로의 진출이라는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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