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품
부품업계는 올 한해가 최악의 해였다. 내수는 부진했고 원화약세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으나 그렇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견 부품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부도를 내거나 경쟁업체 및 외국업체에 인수 또는 합병되기에 이르렀다. 어려운 한해를 보낸 일반 부품업계의 명암을 품목별로 살펴본다.
<디스플레이>
올 상반기만 해도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브라운관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체들은 하반기들어 가격상승에다 수출증가까지 겹치면서 호황을 누렸다.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경우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데 힘입어 하반기들어 가격이 두차례나 인상됐다. 14인치 CDT는 연초보다 10달러 가량 인상된 52달러 선, 15인치 CDT는 12∼15달러 인상된 65달러 선을 각각 유지했다. 또 대형 컬러TV용 브라운관(CPT)과 TFT LCD도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채산성도 호전됐으며 일부 업체들은 바이어들을 선별, 주문에 응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터뜨렸다.
구조조정도 활발했다. 브라운관업체들은 분사제도를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삼성전관이 총무·물류·일부 조립공정 등에서 20여개사를 분사화해 1천명 이상을 줄였으며 오리온전기 등도 분사를 추진했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은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수출이 호조를 보여 해외지향적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반적인 내수침체로 페놀 PCB업계의 공장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졌으며 일부 내수 중심의 PCB업체들은 문을 닫는 사태를 맞았다.
또 두산전자가 코오롱전자를 매입하고 일본 다이요잉크가 한국태평양잉크를 인수했듯이 인수합병(M&A)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이나 볼그리드어레이(BGA)·모듈램기판 등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 중심으로 수출 위주의 영업을 펼쳐온 중견 PCB업체는 물론 전문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흑자와 매출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PCB업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그 어느 해보다도 심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차세대 MLB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빌드업공법을 경쟁적으로 도입, 내년에 이 시장이 만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마이크로 BGA를 비롯한 플립칩 등 신개념 PCB에 대한 연구가 실사용 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입품에 대한 환경규제가 심화되면서 그린PCB 및 그린PCB 소재·공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전지>
국내 전지산업은 외국기업이 사실상 내수시장을 장악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건전지업체들은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는 한편 차세대 전지로 불리고 있는 리튬폴리머·리튬이온전지 개발로 활로를 모색했다.
특히 국내 주요 재벌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 사업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2차전지시장은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해로 평가되고 있다.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주요 2차전지업체들은 이르면 내년 초까지 양산설비 구축을 마무리짓고 상반기부터 리튬이온전지를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지팩시장의 경우 올해 휴대폰 보급열풍에 힘입어 한림산전·샤프트코리아 등 전문업체들은 매출액이 1천억원을 넘어서는 호황을 누린 반면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들은 도산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은 고속성장을 해온 반면 단순조립에 머물러 있는 업체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원과 마이크로통신 등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전년대비 1백%가 넘는 고속성장을 했다.
특히 하반기들어 이동통신 중계기 및 단말기 시장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이들 업체는 내년도 상반기 수주물량까지 확보한 상태다.
업체마다 다양한 제품생산에서 벗어나 단일제품으로 전문화한 것도 올해 RF부품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텔웨이브는 필터를, 단암전자통신은 증폭기를, EC텔레콤은 모뎀 등을 특화했다.
<회로부품>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전자레인지에 들어가는 고압트랜스(HVT) 생산업체들은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반면 모니터 및 가전용 트랜스포머 생산업체들은 부품가격 폭락 및 과당경쟁 등으로 매출은 정체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어려움을 겪었다.
삼화전자와 이수세라믹·아모스·창성 등 주요 코어 생산업체들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어업체들이 올들어 급격한 환율상승에 힘입어 수출실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콘덴서업계는 극심한 내수부진 및 가격인하로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수출비중이 높았던 일부업체의 경우 환차익으로 인해 내수부진을 수출로 만회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삼화콘덴서 등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업체들은 생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극재료인 파라듐 가격이 치솟아 재료비가 싼 니켈로 적극 대체했다.
저항기업계도 대부분 가격인하로 채산성이 악화돼 매출액이 목표에 못미쳤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품목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낙뢰 등 이상 전압으로부터 회로를 보호하는 서지(Surge) 저항기시장에 동호전자와 한미정밀전자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기존 업체인 필코전자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와 올해초에 걸쳐 부도가 난 저항기업체들도 IMF 시련 속에서 인력감축 및 라인교체 등으로 재기에 안간힘을 기울였는데 일부 업체의 경우 덤핑을 감행, 업체간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기타>
커넥터산업은 통계상으로는 전년대비 30% 정도 줄어들었지만 기업들의 체감지수는 그보다 높았다는 게 업계들의 일치된 얘기다.
FCI와 버그전자의 통합과 타이코사의 AMP 인수, 암페놀의 대신전자정밀과 합작사 설립 등으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간 시장재편이 가속된 점도 올해 커넥터산업의 이슈 중 하나다.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했던 통신용 스위칭모드파워서플라이(SMPS)업체들은 올해 급격한 시장위축으로 전체적인 매출이 30∼50% 가량 줄어들었다. 이밖에 센서업계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부품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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