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은 IMF 한파로 인해 예년에 비해 저조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SW업체들의 매출 달성률은 평균 70%였다. 이러한 사정은 하반기들어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 국내 대부분의 SW업체들이 연초 계획한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SW산업의 올해 매출규모는 전년대비 5% 안팎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들어 해마다 20∼30%씩 성장했던 국내 SW산업이 올해에는 극심한 불황에 허덕인 셈이다. 부문별로 보면 SW관련 서비스업이 그런 대로 좋은 실적을 거뒀으나 수탁개발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W산업의 침체는 영세업체의 도산과 인력감소를 불러왔다. 올들어 9월말까지 부도를 냈거나 폐업 또는 합병된 SW업체는 40여개로 도산비율이 11%를 넘었으며 인력도 7%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도산업체가 전체의 1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SW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실감케 한다.
올해 SW산업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이다. 내수시장의 불황을 이기기 위해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부터 소형 패키지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한국컴퓨터통신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수출연구조합이 올해 결성됐으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주축으로 한 해외시장개척단도 잇따라 파견됐다.
특히 그동안 전무했던 패키지SW의 수출이 올해 본격화했다. 지오인터랙티브가 윈도CE 게임인 「팜골프」를, 소프트맥스가 각종 게임을 일본·대만 등에 수출하는 등 게임수출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으며 비트컴퓨터·코스모브리지·지오이월드·거원시스템 등도 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제품수출과 아울러 인력수출도 크게 늘어났다. 전세계가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Y2k) 문제해결에 몰두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수요가 급증해 코볼 전문인력의 해외송출이 활기를 띠었다. 이같은 인력송출은 SW업계의 실업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구실을 했다. Y2k문제는 국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정부가 국무조정실 산하에 Y2k대책위를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면서 Y2k문제 대응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올해 SW산업에서 가장 큰 사건은 아래아한글 개발포기 사태였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6월 아래아한글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천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래아한글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아래아한글사태는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40여일 동안 지속된 아래아한글사태는 결국 한글과컴퓨터가 아래아한글살리기운동본부의 투자를 받아들이고 개발을 계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 아래아한글사태는 국내에 만연한 불법복제 관행에 경종을 울렸으며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윈도98의 등장은 SW산업의 운용체계분야에서 최대 이슈였다. 윈도98은 지난 6월말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데 이어 8월에 국내에서 정식 출시됐다. 특히 윈도98 출시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국내 컴퓨터산업을 불황의 늪에서 끌어낼 마지막 카드로 받아들여져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끌었다. 다만 윈도98은 발표될 때마다 기능 자체에 혁명적인 변화를 이루어왔던 과거의 운용체계와 달리 기능향상에 머물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공개 유닉스 운용체계라 할 수 있는 리눅스(LINUX)가 새삼 급부상했다. 그동안 일부 개발자만이 관심을 기울였던 리눅스는 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MS 윈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분야는 기업투자 위축으로 극심한 불황에 허덕였다. 이에 따라 DBMS업체들은 단품판매에서 탈피해 데이터웨어하우스(DW)·모빌컴퓨팅 등 솔루션 중심의 응용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DW분야는 기업의 투자확대로 인해 큰 시장잠재력을 확인했다. 전문업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업체나 SI업체들이 DW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불꽃 튀는 각축을 벌였다. 한국오라클·한국사이베이스·한국인포믹스 등은 저마다 DW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투자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IBM도 전문 툴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DW시장에 진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NT 기반의 DW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룹웨어업체들은 기업수요의 위축으로 올해 무척 힘든 한해를 보냈다. 그런데도 삼성SDS·쌍용정보통신·현대정보기술·LGEDS시스템·LG소프트 등 SI업체들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그룹웨어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문 벤처기업들의 위상이 흔들렸으며 전문업체와 SI업체 가릴 것 없이 업체 모두 과당경쟁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시달렸다.
그룹웨어업체들은 하반기에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그룹웨어 수요가 활발해지자 얼마간 숨을 돌렸으나 과당경쟁으로 인해 그다지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자치부가 전 관공서로 그룹웨어를 확대 구축하려는 계획을 발표, 업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수주난에 따른 과당경쟁은 그룹웨어업계의 전반적인 채산성 악화를 불러왔으나 업계 판도를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구실도 했다. 출혈경쟁을 극복하지 못한 일부 전문업체와 SI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업계 구도는 오히려 안정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룹웨어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핸디소프트와 나눔기술을 비롯한 일부 전문업체와 삼성SDS·쌍용정보통신·LGEDS시스템 등 10개 안팎의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가 굳혀졌다. 그룹웨어업체들의 자구책 모색도 올 한해 활발했다. 핸디소프트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광속거래(CALS) 솔루션사업을 강화했으며 나눔기술은 인터넷 관련 애플리케이션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분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ERP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IMF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SAP코리아·바안코리아·한국오라클·한국SSA·한국QAD·JD에드워즈 등 국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계 ERP업체들은 올 한해 동안 극심한 수주난과 매출감소에 시달렸다. 연말에 일부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나 오는 99년 초반에나 그 결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ERP업체들은 외국계 업체에 비해 더욱 힘든 한해를 보냈다. 국내업체들의 텃밭이 되다시피했던 중소기업에 대한 수주전에 외국계 업체들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SAP코리아·한국오라클·삼성SDS를 제외하고 10개 이상의 사이트를 확보한 ERP업체는 거의 없으며 이들 업체도 과열경쟁의 여파로 큰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한편 지난 95년부터 정보통신부·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과학기술부 등의 부처가 참여해 진행되고 있는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구축사업은 IMF 여파로 예산이 삭감되거나 투자시점이 늦춰졌다.
게다가 지난 10월 감사원에서 NGIS 구축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부처별로 나뉘어 독자적으로 진행됐던 일부 사업이 통합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GIS시장은 정부가 경기진작책으로 내놓은 정보화 근로사업의 대량발주로 연말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캐드(CAD)/캠(CAM) 및 전자회로설계(EDA)용 SW시장도 기업의 설비투자 축소로 크게 위축됐다. 범용 캐드SW시장의 경우 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 내지는 사업규모 축소로 제품판매가 전무하다시피했으며 덤핑 시비도 잇따랐다. 그 여파로 1백만원대 내외의 보급형 캐드SW가 올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기계용 캐드(MCAD)시장은 일부 수출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인해 범용 캐드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기를 띤 한해였다.
<컴퓨터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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